29일 하오 서석재·이부영의원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이 끝난 직후 법원 행정처는 「판사는 판결로 말할 뿐」이라는 불문율을 깨는 성명을 발표했다.사법부를 뿌리째 뒤흔들었던 법관 서명파동 때에도 공식입장 표명을 지극히 자제해온 대법원이 재판을 둘러싼 정치권의 잡음에 유감을 표시하는 성명을 낸 것은 초유의 일이 아닌가 싶다.
대법원의 성명은 우선 사법부 고유권한인 재판권에 대한 정치권의 오해와 불신으로 두사건 판결이 왜곡됐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어 법원의 권위실추와 재판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의도라 여겨진다.
대법원측은 그동안 상고된지 각각 1년,3년이 넘도록 재판이 지연돼온 두사건의 상고심 선고공판 기일이 차기정권 출범을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지정된 배경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정치권의 시각에 불편한 심경을 토로해왔다.
특히 「끼워팔기식 재판」이라는 야당의 공세와 민주당 의원들의 두차례 주심재판관 면담요청 등은 사건의 심리와 판결은 재판부의 고유권한이라는 사법부의 대명제를 짓밟는 「폭거」라 여겨왔던게 사실이다.
『선고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판에 주심재판관을 만나겠다는 것은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는 한 대법원 관계자의 말은 성명을 내게된 동기를 알게 한다. 대법원의 성명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일련의 정치권의 공세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성명발표의 의미를 새겨보면서도 사법부가 그동안 이들 사건처리 과정에서 과연 초연한 자세를 견지해왔느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뚜렷한 명분 없는 심리지연,차기정권 출범이 임박한 시점의 선고기일 전격 결정 등은 정치권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는 본연의 자세를 확립할 때 사법부외의 어떤 권력기관이나 특권층도 감히 사건의 심리와 판결의 선고에 간섭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