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없는 화폐 지급이 발단/불등개입 국제문제 비화 조짐중앙아프리카의 자이르에서 발생한 군인폭동사건이 국제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프랑스는 29일 자국민보호를 위해 해병대 1백50명을 자이르수도 킨샤사로 급파했고 과거 자이르를 통치했던 벨기에도 공정대 3백여명을 콩고로 보냈다.
구제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들」에 의하면 폭동발생 이틀째인 29일까지 필립 베르나르 자이르주재 프랑스 대사(61)를 비롯해 1백여명이 사망했고 1백31명이 부상했다.
이번 폭동의 직접적인 발단은 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이 발행한 5백만 「자이르」짜리 화폐(미화 2달러에 해당)때문이었다.
1월분 봉급을 새 화폐로 지급받은 군인들은 시장에서 새 화폐로 생필품을 살 수 없게 되자 폭동을 일으켰다.
표면적으로는 구매력이 없는 화폐발행으로 인한 일시적인 소요로 비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자이르가 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이래 30여년간 독재체제를 구축해온 모부투 대통령과 개혁주의자 에티엔 치세케디 총리를 중심으로 한 과도정부간의 해묵은 갈등 때문이다.
체세케디 총리는 새 화폐의 발행이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무효를 선언한데 이어 모부투 대통령에게 과도정부로 권력을 이양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모부투 대통령은 지폐발행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연간 3천2백%에 달하는 살인적인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마지막 조치로 새 화폐 발행을 강행했다.
문제의 새 화폐는 29일 모두 회수되고 사태도 일단 진정국면이다. 그러나 모부투 대통령은 내친김에 보안군을 동원,폭동군인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치세케디 총리공관을 포위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자이르의 군인폭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1년 9월과 지난해 12월에도 급료를 받지못한 군인에 대한 대규모폭동이 있었다.
모부투 대통령이 지난 65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계속돼온 자이르의 정정불안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지만 프랑스 벨기에 등 서방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이르의 내정에 간섭할 빌미를 잡았다.
지금까지의 폭동이나 시위에서 수백명이 사망했어도 외국인 사망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프랑스 대사까지 희생됐기 때문에 군대파병의 명분을 인정받고 있다.
빌 크린턴 미 행정부도 29일 성명을 통해 모부투 대통령이 과도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군사개입에 고무된 자이르내 야당세력은 서방이 반모부투 쿠데타를 지원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냉전기간 동안 친서방정권인 모부투 대통령의 독재를 돕고 반모부투 쿠데타 진압을 지원해준 서방이 이제와서 모부투를 몰아낼 쿠데타를 지원해줄 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프랑스가 군대파병의 이유를 「자이르 거주 프랑스인의 철수를 돕기위해서」로 국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폭동은 발생 이틀만에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모부투 대통령이 정권이양을 거부하는한 자이르의 정국은 혼미를 거듭할 전망이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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