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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신아시아외교」 빠른 행보/옐친 인도방문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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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신아시아외교」 빠른 행보/옐친 인도방문 결산

입력
1993.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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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국 일방지지탈피 실리추구/동방중시로 “동서균형추 역할”러시아의 대아시아 정책이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사흘간의 인도 방문을 결산하는 인도의회 연설에서 『러시아 인도 중국 등 3국의 우호관계는 세계의 새로운 안정과 균형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해,구 소련의 냉전시대적인 「블록」외교정책을 청산,아시아 지역에서 실질적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신아시아 외교노선을 천명했다.

러시아는 과거 중·인간 국경분쟁 등으로 초래된 불편한 관계를 이용했다. 즉 중국의 세력팽창을 견제하는 카드로서 인도와의 정치·군사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인도 역시 제3세계 비동맹권의 맹주로서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통해 미·소간 동서 냉전구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었다.

하지만 냉전종식후 러·인 양국은 아시아의 강대국으로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필요성을 상호 인식하게 됐고 옐친의 이번 방문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게됐다.

즉 러시아는 아시아에서의 긴장상태가 결코 자국에 유리하지 않다고 보고 아시아의 「거인」 인도 및 중국과의 새로운 외교관계 정립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러시아의 신아시아 정책은 인도와의 중국,남북한 등 긴장과 대립관계에 있는 국가와의 외교에서 과거처럼 특정국가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던 관행을 깨고 경제적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옐친 대통령의 한국과 중국 방문에 이은 인도 방문에서 이같은 러시아의 새로운 외교정책이 열매를 맺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옐친은 한국 방문에서 한·러 기본조약을 체결,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정치 군사적 지원을 철회했으며 북한에 대한 자동 군사개입을 보장한 「한소우호협력조약」의 개정을 약소한 바 있었다.

중국 방문에서도 옐친은 정치 군사적 대결을 청산하고 양국간 무역확대 등 경제협력 강화를 역설했다.

옐친은 이번 인도 방문에서 러시아와 인도가 지난 71년 체결한 「전쟁시 상호지원」 조항을 삭제한 새 우호협력협정에 조인했다.

옐친은 또 인도측에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촉구하면서 러시아 중국 인도 중 1개국에 상호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의했다.

그는 인도의 숙적인 파키스탄을 포함한 아시아의 모든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할 계획이라면서 러시아는 파키스탄에 어떤 무기나 군사기술도 제공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아시아 각국과의 정치·군사적 관계개선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챙기고 있다.

한·중 방문에서 옐친은 각종 경제협정을 체결했는데 인도와도 경제유대를 강화키로 합의했다.

옐친은 이번 방문중 총 1백11억달러에 달하는 인도의 대러시아 부채중 37%를 이자없이 향후 45년간에 걸쳐 갚도록 하는대신 군사장비와 부품을 인도에 판매키로 했다.

러시아는 또 5억달러의 훈련기판매를 인도에 제의하는 등 최근 시장경제 전환과정에서 크게 위축되고 있는 자국의 군수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양국은 이같은 경협강화를 배경으로 지난해 15억달러에 그쳤던 교역량을 올해에는 25억달러,94년에는 35억달러 수준으로 높이기로 약속했다.

인도 역시 무기의 대부분을 구 소련에 의존해왔는데 옐친 방문을 통해 무기 및 부품공급에 관한 보장을 받았으며 부채 상환연기로 자국의 경제자유화 조치에 따른 부담을 덜게 됐다. 이밖에도 인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자국을 포함하는 것을 러시아가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게 하는 등 외교적 성과도 거두었다.

이처럼 러·인간 관계강화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3각 동맹체제를 형성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에 편향됐던 외교노선을 동방으로 돌려 균형있는 동서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각국에 대한 러시아의 이같은 이니셔티브가 미국과 유럽에 대한 견제가 될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념보다는 경제를 앞세우는 러시아의 외교정책이 일단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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