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후면 창당 1주년을 맞는 「국민당호」가 표류하고 있다.요즘의 국민당에선 지난해 2월8일 창당 때의 활기찬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기업인 출신들과 「두김시대」 종식을 구호로 내건 정치인들이 창당 40여일만에 원내 31석이라는 「대약진」을 만들어낼 때만해도 국민당은 새로운 정치실험의 장으로 보였다. 기업식 당운영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새벽회의가 화제에 오르곤 했다.
그렇지만 대선을 끝내고 창당 1주년을 눈앞에 둔 지금 국민당은 더이상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일단 국민의 평가가 내려졌고 그래서인지 당내 분위기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의 잇단 실책으로 정주영대표와 국민당의 이미지는 대선전보다 훨씬 나빠졌다는게 중론이며 조만간 닥칠 정 대표 사법처리 여부문제는 당내에 위기의식까지 심어놓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투병중이던 윤항렬의원까지 사망해 국민당은 의석 상실이상의 상심에 빠져있다. 게다가 정 대표가 당장래문제 구상을 이유로 장례식에 참석치 않기로 함에 따라 또다시 여론의 눈치도 살펴야할 처지이다.
잇단 자충수와 여권의 맹공,그리고 불운까지 겹쳐 국민당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형국에 처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당이 표류하는 보다 큰 이유는 이처럼 눈에 보이는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표류의 원인은 무엇보다 국민당 내부에 있다.
국민당 의원들에게 『국민당은 어떤 당이냐』고 물으면 대답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들은 『사실상 준여당』이라고 답하는가 하면 다른 의원들은 『민주당 못지않는 야당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국민당에 몸담고 있는 이유도 당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만큼이나 다를 것이다. 그 때문인지 벌써부터 탈당예상 의원들의 이름이 나돌고 여당 고위층과 접촉하는 의원도 있다는 소문이다.
국민당은 정 대표의 향후 당운영계획 및 거취표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국민당이 창당 1주년에 「정주영당」 아닌 「공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뚜렷한 정체성의 확보가 시급한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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