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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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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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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겨울의 샛강은 얼어 붙었어도 봄은 저만큼 다가와 있다. 내달 4일이면 입춘이니,빙판아래 강심은 벌써 해빙과 개화를 재촉하는 활기찬 봄여울이 되고자 요동을 치고 있을 것이다. 흔히 겨울을 어두움·고통·정체의 대명사로 꼽으면서,봄을 밝음·희망·변화의 상징으로 삼는 것은 참으로 절묘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며칠전 클린턴 미 대통령이 짧은 취임사를 통해 「변화」라는 말을 여덟번씩이나 반복하면서 변화의 계절로 「미국의 봄」을 유달리 강조한게 생각난다. 색소폰으로 로큰롤을 연주하는 전후파세대인 그는 나이에 걸맞게 진취적 의욕마저 과시,겨울이 가면 당연히 찾아오는 단순한 계절적 봄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서라도 봄이 오게 해야 한다고 「변화의 봄」의 깊은 의미를 역설했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미국보다 한달늦게 취임식을 갖고 30여년만의 문민정권을 출범시키는 김영삼 신임 대통령의 봄은 입춘 우수도 넘기도 경칩을 바라보는 시점이어서 봄의 계절감은 한결 완연할 것 같다. 하지만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것은 우리 대통령이 국민앞에 제시하고 이끌 「한국의 봄」이 함축한 메타포(은유)가 아닐까 한다. 그가 취임사와 인사를 통해 과연 어떤 비전과 메타포의 봄을 그려낼지를 고대하는 올 대춘만큼은 그래서 설렘이 유난스러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기상학적으로는 봄처럼 불안정한 계절도 없다. 입춘을 앞두고 요새처럼 영하 10도의 한파가 기승을 부릴 정도로 변덕이 심하고,종잡을 수 없는 바람과 황사도 곧잘 불어닥친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의 봄」은 시작부터 각료임명 취소와 힐러리의 치맛바람 등 삐걱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우리의 대춘에도 개혁의 청사진·인사의 원칙 등이 아직은 명확치 않아 일말의 불안을 떨칠 수 없다는 소리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계절의 봄」과 「개혁의 봄」에 대한 설렘이 겹쳐진 실로 막중한 시점이다. 지도자나 정치권은 이 봄의 깊은 의미를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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