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공약관철 방침에 양론/군·의회 강한 반발 “성사 불투명”클린턴식 진보주의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지난 대선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동성연애자의 입영허용문제를 놓고 군수뇌부의 반발과 반대여론에 부딪쳐 정책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25일 레스 애스핀 국방장관과 함께 콜린 파월 합참의장 등 군고위장성들과 회동을 갖고 병영내 동성연애자 금지규정을 철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월 합참의장은 군사기 저하와 전투력 감소를 이유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본인은 부인했지만 클린턴이 이를 강행할 경우,사임도 불사할 것이라는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
군지휘관들은 동성연애자의 입대가 가능해지면 군기강이 흐려지고 신병모집의 애로점 및 에이즈의 확산위험이 있다는 점을 반대이유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허용 찬성론자들은 이미 군내부에 상당수의 호모나 레즈비언이 음성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동성연애자들도 균등한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또한 에이즈를 다른 질병과 차별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클린턴 입장에서는 이같은 의견충돌을 결코 일과성 논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낙태자유화 등 자신이 내건 나머지 진보적 선거공약의 실천여부가 이번에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만약 군부내 보수주의자들에게 밀려 이번 쟁점을 흐지부지 처리할 경우 향후 정책수행 능력을 의심받게 될 것이 뻔하다.
더욱이 취임후 일주일도 안돼 벌써 몇건의 공약을 번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동성연애자 허용문제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클린턴이 군지도부와 접촉한 것도 군부의 반발을 사전에 무마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클린턴은 애스핀 국방장관의 시나리오에 따라 6개월 정도의 시한을 두고 군장성들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동성연애자 허용조치 감행시 무더기로 군복을 벗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짜임새있는 클린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둘러싼 미국내 여론은 반대쪽이다.
뉴욕 타임스 등에 따르면 성인중 동성연애자 허용 찬성자는 42%,반대는 48%로 나타났다. ABC방송은 합참본부에 걸려온 전화가 2백48대 21로 반대가 압도적이라고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의회는 더욱 심하게 반발할 조짐이다. 애스핀의 추산에 따르면 상원의원 1백명중 30명 정도만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아무리 자유분방한 미국사회라 할지라도 동성연애 문제가 아직은 광범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특히 정치권의 경우,여태껏 동성연애자들의 권리보장을 공약화하는 일은 정치적 자살행위로 인식돼왔다. 대통령후보들의 경우엔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클린턴은 이같은 징크스를 깨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동성연애자 단체 등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잘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대선에서 소수민족과 동성연애자,낙태 찬성론자(Prochoice)그룹은 민주당과 클린턴의 확고한 지지세력이었다.
이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클린턴은 각종 난관을 무릅쓰고 동성연애자 허용조치를 강행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이 군대내 동성연애자 허용법안에 최종 서명하는 작업은 오는 7월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별다른 절충방안 없이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행카드를 선택할 경우 갓 출범한 클린턴호가 자칫 헤쳐나오기 힘든 태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통령 클린턴이 「지금까지 미국사회를 지탱해온 전통적 가치와 도덕률을 새로운 색깔론 채색한다」는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이 공약의 성사는 레이건부시 시대의 보수주의 유산에 종지부를 찍는 「진정한 변화의 바람」을 의미하기도 한다.<김영걸기자>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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