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에 이미 낙점… “차기 정부와 미묘한 관계”/“공개 경선하자”… 선출방식 싸고 한때 이견도○…문민정부 출범과 때를 맞춰 재계수뇌부가 오너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27일 차기 전경련 회장에 내정됨으로써 재계는 관료출신(유창순회장)을 사령탑으로 했던 지난 4년간의 비오너 체제를 마감하고 순수 재계출신을 수장으로 하는 오너체제를 맞이하게 됐다.
○…이날 상오 8시 서울 롯데호텔 아테네가든에서 극비리에 열린 전경련 수뇌부 회합에서는 최 회장과 구자경 럭키금성그룹 회장 등 2명이 차기회장 후보로 거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 회장이 자신은 이미 전경련 회장직(80년대 후반)을 거친바 있고 문민 새시대가 들어서는 만큼 참신한 새인물이 재계를 이끌어 가야한다며 극구 고사,결국 최 회장으로 낙착됐다. 최 회장은 만장일치의 박수로 새 회장에 추대됐다.
참석자들이 이날 구 회장을 회장후보에 올린 것은 그를 꼭 회장에 앉히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재계 실세원로에 대한 예우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긴 2시간반 동안에 걸쳐 진행됐다.
참석자 19명이 빠짐없이 돌아가며 몇마디씩 의견을 개진한데다 뜻밖에도 회장선출 방식에 관한 이견이 돌출,초반에 난항을 겪어야 했기 때문.
2세 재벌총수들을 중심으로 몇몇 회장들이 『세상도 민주화되고 많이 변한 만큼 회장을 뽑는 방법도 새롭게 해보자』며 지금까지 관행으로 굳혀져온 추대에 의한 회장선출방식에 제동을 건 것. 후보를 몇명 내놓아 공개경선에 부치자는 의견도 있었고 이날 구수회의내에서라도 무기명 투표를 하자는 주장도 있었다는 후문.
그러나 대세는 현행 방식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어 결국 갑론을박끝에 추대방식이 고수됐다. 특히 원로 그룹들이 『그렇지 않아도 재계가 단결화합을 못하고 사분오열되어 있는 것처럼 외부에 비춰지고 있는 판에 여러 후보가 맞붙어 경선을 하는 것은 모양새도 안좋고 후유증도 우려된다』며 설득에 나섰다는 것. 선출방식에 관한 이견이 일단 해소되자 새회장 후보 거명과 추대에 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나 진통없이 무난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지난 89년에 이미 대다수 재계원로들에 의해 차기회장으로 낙점돼 이변이 없는 한 회장직을 맡게될 것으로 관측돼 왔다. 그러나 지난 연말 대선이 있은후 전경련 회장 선출에 정치적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한때 이상기류가 감돌아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차기정권측에서 최 회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소문이 그것. 노 대통령의 사돈(최 회장)이 새정부하에서 재계 리더로 나서게 되는 것을 차기정권이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가 설왕설래했었다.
○…한편 최 회장의 파트너가 돼 앞으로 재계를 이끌어갈 차기 전견련 상근부회장은 내달 총회를 전후해 결정될 전망인데 언론계 출신으로 현재 전경련 전무를 맡고 있는 조규하씨,한 국경제연구원의 구석모부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송태권기자>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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