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상호협력 구체화/러·중·인 3국 동맹 추진할 듯냉전구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은 러시아 외교의 최우선과제로 남아 있다.
27일부터 시작되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아·태지역을 중시해온 러시아의 기존 외교정책기조를 재검토하고 구체화한다는데 특히 의미가 있다.
구 소련붕괴 이후 러이사인도 양국관계는 다소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지난해 구 소련의 각 공화국 지도자들이 줄이어 인도를 방문했던 반면 옐친 대통령은 공식방문을 미뤄왔다.
그러나 이제 양국관계 증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때가 왔으며 지난해 겨울로 예정된 인도방문을 차일피일 미뤄온 옐친 대통령은 마침내 러시아의 대인도 정책을 분명히 할 필요성을 느끼고 인도방문을 결심한 것이다.
양국의 교역량은 소연방 해체 이후 줄곧 하향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의 경우 양국간 총교역량은 22억달러로 잡혔다.
하지만 이 수치마저도 러시아측의 수출 및 구매력감소로 인해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입장에서 인도는 국내 커피수요의 절반이상과 쌀 담배수요의 4분의 1,화학제품의 3분의 1이상을 공급해주는 주요교역국이다. 인도도 석유수입의 상당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이같이 상호의존도가 높은 양국의 교역관계는 러시아측의 급격한 대인도 석유수출감소로 균형을 잃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원유 4백만톤과 경유 60만톤 및 등유 50만톤을 수입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까지 러시아로부터 인도에 인도된 유류 총량은 불과 10만톤에 불과 했다.
양국 교역에 있어 또하나의 걸림돌은 인도의 루피화에 대한 루블화의 환율문제이다. 이는 특히 인도에 빌려준 구 소련의 장기차관을 탕감하는데 있어 난제로 남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인도측의 기본 입장은 러시아가 차관의 60%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우방인 인도일지라도 국내 경제난 타개에 여념이 없는 러시아에 그같이 관대한 조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현단계에서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곤 상환기한 연기 등 인도의 부채부담을 다소 덜어주는 것뿐이다.
러시아는 이미 구 소련의 부채를 승계한다는 점을 대외에 천명한바 있지만 부채탕감조치와 같은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할 의향은 없다. 「우방은 영원하다」는 옛 크렘린지도자들의 말의 성찬은 이제 과거지사일 뿐이다.
인도측도 이같은 시대변화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인도는 국제관계 전반에 관한 정책을 수정해 나가는 한편 러시아와의 정치·경제적 관계에 있어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이상 「과거의 잣대」가 양국관계 측정의 척도가 될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나라시마 라오총리 내각이 추구하는 인도의 새전략은 경제자유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라오의 개혁이 추진력을 얻기 시작할 즈음에 인도의 비극적 고질병인 종교분쟁이 발생했다.
「아요디야 회교사원 파괴사건」으로 촉발한 이번 종교 분쟁의 해악은 정치·경제분야 곳곳에 파급됐다.
이란,아랍에미리트,사우디 아라비아,이집트 등 주변 회교 국가들은 이 사건이후 자국주재 인도대사를 불러 거칠게 항의했다.
라오정부에 있어 아요디야 사건은 대내적인 국가 재앙이었고 대외적으로는 인접 회교권의 반발을 불러온 최대 악재였다.
이런 맥락에서 인도와 구 소련의 회교권 공화국인 타지크,투르크멘,키르기스,카자흐,우즈베크 등과의 관계 발전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뉴델리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아요디야 사건은 이들 독립국가 연합 소속 회교공화국에 영향력을 강화하려던 인도정부의 노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여진다.
이처럼 복잡한 정치·경제적 상황때문에 인도는 다시 한번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도가 러시아제 무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러시아의 대아시아 정책은 인도 없이는 상상조차 할수 없다고 확신한다. 옐친은 이번 인도방문을 통해 인도·중국·러시아 등 아시아 3국간의 새로운 동맹관계 구축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인도도 중앙아시아나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회교근본주의의 세력확장을 우려하고 있다.
아태지역 국가들은 조만간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아시아 지역에 겹쳐있는 러시아는 이같은 웅비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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