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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크 한인난민 “갈곳이 없다”/내전격화 6천여명 유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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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크 한인난민 “갈곳이 없다”/내전격화 6천여명 유랑생활

입력
199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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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이주등 장기 대책 절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옛소련의 중앙 아시아지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유랑은 언제나 끝날까.

타지크 거주 한인 1만3천여명중 절반정도인 6천여명이 내전을 피해 또다시 어렵게 일군 삶의 터전을 버리고 잇달아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지난 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에 따라 연해주지방에서 중앙아시아의 허허벌판에 내팽개쳐졌던 한맺힌 사람들이거나 그들의 후손들이다. 이들은 소연방의 붕괴와 민족공화국의 독립,그리고 끝없는 체제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한 피해자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특히 타지크 상황은 더욱 심각해 한인들은 서둘러 이웃국가로 몸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타지크를 떠난 6천여명은 대부분 우즈베크등지로 피란했으며 나머지 한인들도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주재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타지크 거주 한인들의 인명피해는 아직까지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내전 상황에서 3∼4명이 부상을 당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도 없었다. 그러나 한인대부분은 타지크가 더이상 안식처가 될 수 없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또 어디론가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떠날 곳이 마땅치 않고 반겨줄 사람도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금이 겨울인데다 먹을 것도 부족해 섣불리 짐을 꾸릴수도 없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운명을 하늘에 맡기기는 더욱 어렵다. 타지크 사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성질의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지크 내전은 기존의 공산당집권에 반대하는 회교도중심의 반체제세력과의 패권다툼에서 비롯됐다. 지난 91년 11월 총선에서 승리한 라흐몬 나비예프 전공산당 제1서기가 대통령으로 말을 갈아타고 계속 집권하자 회교근본주의 세력이 민족감정을 업고 반정부 무력항쟁으로 돌입한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태 발발 1년만에 이미 6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2천억루블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또 6만여명의 난민이 발생,인근 아프가니스탄과 우즈베크 등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그러나 양측의 세력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자 러시아 우즈베크 등 인근국가는 물론 유엔도 진화작업과 난민구호에 나서고 있다. 독립국가 연합은 지난 22일 민스크정상회담에서 타지크 사태를 본격 논의했다. 유엔도 타지크 난민을 위한 난민촌을 건설,구호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수송수단이 부족한데다 식량,의약품,모포 등도 모자라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러시아주재 한국 대사관도 한인난민들을 돕기 위해 1만달러 상당의 의약품과 식료품을 긴급지원하는 등 한인구호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 대사관은 26일 서현섭참사관을 현지로 보내 타지크 정부가 요청한 항생제 등 각종 의약품과 쌀 등 식료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인교포만 선별적으로 지원할 경우 한인들이 현지인의 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장기적이며 단계적인 지원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의회가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을 불법화하고 한인들의 연해주 귀향을 추진중임에 따라 연해주지역에 한인공단이 설립되는 경우 한인들을 대거 이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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