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바로 쓸수 있는 기술을/산업과 연결되느냐 아니냐가 경쟁력 좌우/행정조직 개편·연구 평가기구 설립도 시급산업과 동떨어진 기술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이나 마찬가지다.
인류 사상 처음 우주선을 쏴 올린 러시아(구 소련)나 수소폭탄 제조에 성공한 중국은 그처럼 막강한 기초첨단 기술을 보유했지만 정작 국민들의 사소한 생필품 공급에는 실패,시장 경제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경쟁력 저하를 하루빨리 타개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첨단기술도 좋지만 금형·용접·도금·소재·부품 등 현장에서 바로 써 먹을수 있는 생산기술 개발이 더 절실하다.
산업과 기술간에 보다 긴밀한 연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 현행 과기처의 위상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은 약속이나 한듯 나온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국가 주도의 거창한 연구개발산업이 내용은 변화없이 이름만 변경돼 혼란만 안긴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정연구 개발 사업이 어느날 국책연구 개발로 겉포장을 바꾸더니 또 1년을 못가 G7 프로젝트(핵심선도기술 개발사업)로 개명,관계자들조차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특정 기술을 개발해 내는 것 못지않게 과연 그 기술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외국의 유사 기술 상품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냐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들어 고유기술 개발과 이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지상과제로 부각되면서 우리 경제는 지금까지 전혀 겪지 못한 시행착오 속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가령 상공부가 지난 86∼91년 5년간 공업발전기금 등 5천2백여억원을 투입한 부품기계류 국산화 5개년계획의 경우 당초 대상품목 4천5백여개 중 지난해 말 현재 개발완료된 것은 절반인 2천2백개 정도. 여기서 이중 10%인 2백개만 대량생산이 가능해도 대성공으로 여길 정도다. 이처럼 기술 개발은 「산넘어 산」의 험한 가시밭 길이다.
그동안 국내 기술개발사업이 연구 중복 등 부처간 혼선과 일관성 미비로 이어지자 경제부처 고위 인사들까지 『실질적인 산업기술 개발을 추진하려면 과기처의 위상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과기처를 경제기획원이나 상공부 등 기존 산업정책 부서로 흡수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기술 행정조직 개편에 앞서 연구 관리기능의 정립을 강조하는 시각도 많다. 향후 기술 발전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연구 과제의 개발 가능성,상품화 타당성,연구성과의 중간 및 사후 평가점검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종합관리 기구가 없이는 자칫 기술투자가 밑빠진 독에 돈 쏟아붓기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 개발연구원 성소미 연구위원은 『정부가 앞으로 어떤 분야를 우선적으로 집중 개발,지원할 것인지 확고한 기본 원칙 제시가 없다』고 아쉬워한다. 산학연계가 안되느니,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이 미흡하다느니 탓하기에 앞서 개별 기업이나 개별 연구과제보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모인 연구집단이나 산학연 공동연구를 우선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개발 또는 축적된 기술이 사회 전반에 폭넓게 확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제 각국은 세계 경제 전쟁에서 저마다 고유기술로 승부에 나서고 있다. 기술이 아니고선 경쟁에서 이길수가 없게 돼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저임금 시대 향수에 젖어 선뜻 기술개발에 뛰어들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우리만이 갖는 강력한 기술 없이는 이나마 키워온 우리 경제의 토대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기술로 이기기 위해서는 근로자 기업 대학 연구소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하나로 뭉쳐 그야말로 총체적인 「기술 드라이브」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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