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에 대한 독일 언론의 보도자세는 국제문제를 독자적 시각으로 봐야할 당위를 다시 일깨워 준다.독일 언론은 이번 사태가 군사행동에 이르기 전부터 미국이 이라크의 도발로 규정한 사안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미국측이 논란의 초점으로 삼는 이라크 남북부의 비행금지구역이 유엔결의안의 범주를 넘어선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비행금지구역이 타당성이 있더라도 이라크의 대공미사일 배치 자체는 주권국의 자위권임을 상기시켰다. 그것도 미국 전투기들에 실제 위협이 못되는 60년대의 구식 미사일이라는 지적이 있다.
미국의 쿠르드족 및 시아파 보호명분마저 부정하는 분석도 있었다. 미국은 이들의 반후세인 봉기를 촉구,지원했다. 그리고서 이라크의 반란세력 탄압을 막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비행금지구역은 이들의 보호보다는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이라크 공군을 떼놓는 것이 주목적이란 분석이다.
미국이 갑자기 초점을 돌려 부각시킨 이라크의 쿠웨이트 국경침범과 무기탈취 사건들도 사정은 복잡하다. 걸프전후 쿠웨이트령이 된 국경지역의 이라크 군사시설은 유엔감시단과 협의하에 철거해가던 중이었고 이라크는 이 협의를 무시했다. 그러나 이는 절차상 분쟁일 뿐 쿠웨이트 재침을 노린 중대 도발인양 부각시키는 것은 과장이라는 것이다.
이어 미국이 공습을 단행하자 공습사실보다 아랍권의 반발을 집중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태도는 애국적인 미국언론들까지 비판적 논조로 돌아서면서 사태의 의미와 추이를 제대로 짚은 것임이 입증되고 있다.
이라크 사태를 보는 시각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이스라엘에서까지 반전여론이 많았던 걸프전 때부터 우리는 전쟁 주도국들이 지배하는 대세를 좇아 10여년된 「신무기」에 감탄하며 전쟁을 비디오게임 보듯 하는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최근 이라크 사태에서도 미국의 대후세인 정책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나오는 마당에 강대국의 공작외교를 상징하는 낡은 「후세인 제거론」을 여과없이 되뇌었다.
아직도 후세인의 「악덕」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걸프전 당시 한국이 전비로 부담한 20억달러를 고스란히 날린채 미국이 거둬들여 배분한 피해보상금은 한푼도 배당받지 못했다는 기사를 음미해봐야 한다. 독일 언론이 공연히 이상만 좇아 우방인 미국에 비판적인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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