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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디 차이트」,트리뷴지 고발기사 반박(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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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디 차이트」,트리뷴지 고발기사 반박(특파원리포트)

입력
1993.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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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 「외국인 적대」/“외국언론,왜곡·과장보도 많다”/유럽내 일반적 현상 불구/「나치」관련 독 사례만 부각【베를린=강병태특파원】 미국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와 독일의 권위있는 주간신문 디 차이트는 최근 각각 독일 경찰의 「외국인 적대」를 고발한 글과 이를 반박한 글을 실어 주목을 끌었다. 이 글들은 독일사회의 외국인 적대문제가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과정에서 왜곡과 과장이 증폭됨을 보여준다. 특히 여기에는 독일에 대한 일반적 편견외에도 외부언론의 선동적 보도자세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점이 드러났다.

지난 8일자 헤럴드 트리뷴지의 글은 독일에 사는 미국인 작가가 자신과 아들의 경험을 적은 것. 이에 따르면 17세된 아들이 집에서 멀지않은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진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던중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고장난 차를 세워뒀다는 이유만으로 수갑까지 채워 연행,타이어가 터질 때 충격으로 두통이 심하다는 호소를 무시한채 장시간 연금했다.

한편 필자 자신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쓰레기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사복경찰관의 검문을 받았다. 경찰관은 『이곳에 버릴 수 없는 쓰레기』라며 신분증명서를 모두 조사하고 쓰레기 폐기규정을 장황하게 교육한뒤에야 훈방했다.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보이스카우트 대원인 아들이 「루마니아 난민돕기」란 명칭의 구호품 모집운동을 펴다가 명칭을 「인도주의적 구호」로 바꿔야 했다고 소개했다. 이유는 독일이 최근 불법 입국한 루마니아 난민들을 추방하기 시작,명칭이 독일인들의 「심기」를 건드릴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해군출신으로 월남전에도 참전,외국인 적대가 두렵지 않지만 아들은 불안해했다며 『독일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 공격사태속에 경찰이 숨어서 외국인들이 쓰레기 버리는 것까지 감시한다면 또다시 인체실험대상이 되는 희생양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나치 과거를 상기시켰다.

헤럴드 트리뷴지는 이 글을 사설란 옆의 외부 기고란에 실었다. 이 난은 독자투고란이 아니라,국제적 이슈에 대한 권위있는 논평들을 싣는 곳이다. 그리고 이 글에 「독일­후손들은 분명 위험하다」는 지극히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다.

디 차이트지 15일자 「논단」에 실린 글은 언론인 양성학교에 재학중인 독일인 여자변호사가 진상을 추적,취재한 것.

먼저 「수갑」사건. 초보운전자인 아들은 심야에 음주운전중 가드레일에 심하게 부딪치는 사고를 낸뒤 차를 주차장까지 끌고 가 배터리 등을 일부러 뜯어내 차를 망가뜨렸다. 그리고 사고현장 및 집과는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사고현장 목격자의 신고로 출동,사고차량을 찾아낸 경찰순찰팀은 상당히 떨어진 고속도로변에서 이 아들을 발견,검문했다. 그리고 그가 술냄새를 풍기며 『차를 도난당했다』는 등 횡설수설하자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수갑을 채운 것은 비슷한 상황에서 경찰관이 기습을 받아 살해된 적이 있고,순찰팀 2명중 한명은 여자였기 때문. 직무규정에도 범죄용의나 위해위험이 있으면 수갑을 사용할 수 있다.

수갑은 5분뒤 경찰초소에 도착,풀어줬다. 조사결과 음주운전이 확인돼 2시간만에 부모와 미군당국에 인계됐다. 검찰은 그를 음주운전 및 사고현장 무단이탈죄로 기소할 방침이다.

두번째 「쓰레기」사건. 인적드문 고속도로 간이휴게소에 잦은 쓰레기 무단폐기 단속을 위해 잠복중이던 사복경찰관은 미국인 작가가 1백ℓ짜리 대형쓰레기 백을 싣고와 버리는 것을 적발했다.

대형쓰레기는 지정된 쓰레기장에 버려야 하고,무단폐기하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경찰관은 외국인임을 알고 벌금 통고없이 쓰레기 폐기규정을 설명하고 쓰레기 버릴 곳까지 알려줬다.

마지막으로 「루마니아」건은 보이스카우대를 관장하는 미군당국이 특정국가를 위해 활동을 규제하기 때문에 명칭을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디 차이트는 이 글에 「픽션과 진실」이란 제목을 붙였다. 두 신문의 제목은 언론의 자세와 독일이 짊어진 과거의 멍에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외국언론들은 독일의 외국인 공격사건들을 부각시키면서 영국 등에 외국인 공격사건이 더 많다는 사실은 언급치 않는다. 나치 과거 때문에 외국 난민수용에 가장 관대했던 독일이 동구권 난민사태로 고민하다 처음으로 루마니아 난민 일부를 강제 송환하자 이를 큰 뉴스로 다뤄 부정적 인상을 준다. 독일 언론들은 이런 왜곡들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한다. 디 차이트의 간접적 대응도 이례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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