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리 인플레」 찌든 경제에 활력 기대/통화고삐 늦추면 “단명”은행금리 한자릿수시대가 10년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정부와 민자당이 오는 26일부터 한국은행 재할인금리를 비롯,은행의 대출금리와 수신금리를 1∼2% 포인트 인하키로 함에 따라 현재 연 10%인 은행의 대출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와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9% 안팎으로 떨어진다.
지난 84년 정기예금 금리가 연 8%까지 내려갔다가 9%를 거쳐 다시 10% 오른이후 계속된 은행 공금리의 두자릿수 시대가 일단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자릿수 임금상승과 두자릿수 고금리,사실상의 두자릿수 인플레 등의 중압에 허덕이던 우리 경제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잡게 됐다.
물가는 지난해부터 뚜렷한 안정세를 보여 연간 4.5%가 오르는데 그쳤다. 정부가 수년간 안정정책기조를 유지해온데 따른 가시적 성과였다. 이번의 금리인하 조치로 공금리가 한자릿수로 내려앉는 등 저금리시대의 가능성도 새롭게 열렸다. 아직 경제여건상 안정기조가 완전히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와같은 금리인하 조치가 자칫 통화팽창과 물가불안을 다시 야기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80년대 초반 우리 경제가 저금리와 저물가·통화안정 등을 동시에 달성,탄탄한 성장을 이룰 기틀을 닦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통화만 계속 죄어주어 물가금리 통화의 동시 안정이라는 틀을 갖추게 된다면 80년대초와 같은 성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80년대초 우리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겪고 난 상태에서 연 16∼20%에 달하는 초고금리와 30%에 가까운 물가상승률,25%를 넘는 통화팽창 등으로 경제구조 자체가 와해되는 국면을 맞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 김재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중심으로한 경제팀은 주변의 엄청난 반발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금리를 차례차례 한자릿수로 잡았고 통화도 10%대로 끌어내렸다.
80년과 84년 사이에 물가는 28.2%에서 2.3%로,공금리는 16∼20%에서 8∼10%로,통화증가율은 25.8%에서 10.7%로 뚝 떨어졌다.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성과였으나 중요한 점은 금리를 절반으로 대폭 인하하면서도 통화를 늘리지 않고 오히려 긴축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82∼84년 사이에 한자릿수 금리시대가 있었으나 김 수석이 아웅산 묘소사태에서 희생됨으로써 이러한 기조는 서서히 와해됐다.
아직 실세금리는 13%대에 머물고 있다. 이번 조치는 정부이양을 앞둔 과도기에 나온 경제회생책이기 때문에 무리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다. 통화팽창이 후속적으로 이어진다면 한자릿수 금리는 수명이 의외로 짧을 수도 있다. 한자릿수 공금리가 경제회생의 지렛대가 될 수 있도록 다른 종합적인 구조개선책이 뒤따르길 경제계는 기대하고 있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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