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21일 새벽 2시 빌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이 됐다. 그는 취임 순간부터 미국의 대통령일 뿐만 아니라 가장 영향력있는 세계 지도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는 미국의 세계경찰 노릇에 비판과 회의를 갖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냉전은 사라졌지만 세계는 더욱 혼란스럽고 위험한 곳으로 남아있다.따라서 클린턴의 세계관과 이에 바탕한 판단력은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 있고난후 클린턴이 사담 후세인에게 보낸 「모호한 신호」와 번복소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1차 공습직후 클린턴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시의 조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거론했다. 클린턴은 「사담 후세인이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원한다면 그의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고 뉴욕 타임스는 이를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가지를 제시한 것으로 비유했다.
그러나 클린턴의 이 말이 여러가지 논란을 일으키자 보좌관들은 잘못 해석됐다고 주장했고,차기 국무장관인 크리스토퍼는 후세인이 이를 오해해서는 안된다며 서둘러 클린턴의 모호한 신호를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또 앨 고어 부통령까지 동원,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재강조해야 했다. 세계문제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의지표명은 약소국가의 그것과는 달리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
특히 이라크와 같이 독재국가 정부를 대할 때 모호한 신호는 엉뚱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도 미국의 모호한 신호가 발단이 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의 「애치슨라인」 표명이 북한의 남침을 유도하는 한 요인이 됐고,빈 회담에서 케네디 대통령의 모호한 입장이 쿠바위기를 자초했다.
클린턴은 당선이후 외교는 물론 국내 정책에서 수없이 입장수정을 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미국 정책에의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서는 한동안 클린턴의 메시지를 읽는 작업이 고달프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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