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단결에 틈새… 아랍권 결속/“군사대결 계속땐 「접점」 못찾아”이라크 사태는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미 대통령의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에도 뚜렷한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사태의 진행경과가 상식과 합리에 근거한 판단의 범주 밖에서 이루어져온 만큼 사태의 앞날을 가늠하기도 무척 어려운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라크 사태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몇가지 추론은 여전히 가능하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비긴 싸움」쪽이다. 91년 걸프전이후 서방과 온건 아랍권은 대후세인 정책에서는 일치단결했었으나 21명의 사망자를 낸 18일 공습이후에는 불협화음이 도출되고 있다. 단호한 태도로 자신만만하게 무력응징을 계속해온 미국의 논스톱 행진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이라크측의 「무고한 피해」가 늘어나자 전통적 아랍민족주의가 되살아나면서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아랍권의 변화에다 러시아·중국도 미국의 월권행위를 비난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라크 응징에 관한 유엔안보리 결의를 지원했던 러시아는 다국적군의 3차공습이 끝난 직후 안드레이 코지레프 외무장관의 공식서한을 통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응징을 자제토록 미국에 촉구했다. 러시아는 이 서한에서 『유엔안보리가 재가하는 경우에만 이라크에 대한 응징이 가능하다』며 『미국 등 서방 다국적군에 의한 거듭된 공격으로 이라크 민간인들이 희생된 점을 특히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는 또 위기상황에 달한 이라크 사태를 재검토하기 위한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역시 사태악화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평화적 수습을 요구했으며 아랍연맹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의 아랍맹방인 이집트조차 성명을 통해 『유엔결의는 걸프위기뿐 아니라 이스라엘에 의해 추방된 4백15명의 팔레스타인인 문제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문제에 대해서도 똑같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미국 주도의 유엔이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이라크사태 발발이후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보조를 같이해온 영국과 프랑스도 18일 공습이후에는 멈칫하고 있다.
러시아의 요구대로 이라크사태의 본무대가 유엔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보리 공식소집에 앞선 19일중(현지시간) 이사국들은 사전 의견 절충작업을 벌일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미국이 소집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이라크 사태 재검토건이 정식 상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한다면 현재와 같이 유엔의 이름을 앞세운 대이라크 무력응징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상정을 거부할 경우 사태는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현재의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미국도 그렇지만 이라크도 내놓을 카드가 극도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후세인의 현실적인 목표가 유엔의 경제제재조치 철회임이 명백한 이상 「철회 절대불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과의 접점찾기는 실질적으로 어렵게 된다. 결국 이라크는 화약고로 남게 되고 지금과 같은 불안요소는 상존한다.
다음은 제2의 걸프전 발발 가능성이다. 20일 취임하는 빌 클린턴 미 차기 대통령은 다국적군의 전격적인 3차공습이 있은 직후 이를 전폭 지지하면서 이라크로 하여금 걸프전 종전결의안을 이행토록 한다는 미국의 결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클린턴은 또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20일이후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역설하는 한편 지상군 투입도 배제않고 있다고 말해 이라크의 「오판」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클린턴의 단호한 의지표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걸프전 때와 같은 대규모 병력동원은 물론 현재와 같은 수준의 무력응징도 더이상 쉽지않은 형편이다. 더구나 3차공습후 이라크는 결사항전을 자제하는 대신 무고한 희생을 빚은 미국의 독자적 군사행동과 유엔의 활동은 별개의 것임을 선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국제사회의 동정표를 긁어모으고 있다. 또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해 퍼부어온 격렬한 비난과는 달리 빌 클린턴 차기 대통령에게는 유화적 제스처를 계속하고 있다.
어차피 군사적 대결에 의한 사태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고 보면 미국과 이라크는 클린턴 취임후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뒤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도 이번 사태의 최대변수라고 볼 수 있는 후세인 대통령의 의중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미·이라크 관계는 클린턴 취임이후에도 혼미를 거듭할 가능성 또한 배재할 수 없다.<홍희곤기자>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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