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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엄두 못내는 항공산업/불붙는 경제전쟁(기술로 이긴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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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엄두 못내는 항공산업/불붙는 경제전쟁(기술로 이긴다:14)

입력
199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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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제작·부품조립으로 겨우 명맥/조립전투기 거죽만 태극기/브라질·인니보다 수준 뒤져/“정책적 자금지원·역할 분담체제 시급”3만개 대 30만개. 자동차와 항공기의 부품수 비교다. 자동차 한대를 최종 조립하는데 들어가는 부품은 3만개이고 비행기 한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기종에 따라 최소 30만개에서 최고 50여만개에 달한다. 비행기는 그만큼 기술덩어리이고 수십만개의 부품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조립해 하늘에 날리는 항공산업은 첨단 종합산업이다.

항공산업의 기술수준은 한 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재는 척도로 인용된다. 항공산업이 기계 화학 전자 비금속재료 정밀기기 등 거의 전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은 또 지식·기술집약산업이며 최고의 부가가치산업이다. 자동차의 부가가치율이 25%대인 반면 항공산업의 부가가치율은 45%나 된다. 지금까지의 산업발달을 자동차가 주도해 왔다면 앞으로는 항공산업이 산업발달을 좌우한다.

그러나 국내 항공산업의 기술수준은 대부분의 첨단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흉내만 내고 있는 수준이다. 항공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삼성항공 대한항공 대우중공업 등 항공조립 3사를 비롯해 삼미현대정공 등 부품업체를 포함,모두 26개. 이중 항공 3사가 전체 매출의 86%를 차지,항공산업의 핵심인 소재 부품산업은 그저 이름만 걸어놓고 날개제작과 부분품 조립 등에 그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가 78년 헬기,82년 전투기 조립 생산을 마쳤다고 대대적으로 자랑했으나 비행기 외양에 태극기만 그렸을뿐 알맹이는 대부분 수입한 속빈 강정이다. 지난 91년 항공기 부문의 무역적자는 15억달러였고 지난해는 16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고용측면에서는 0.124%,수출기여도는 0.336%에 불과하다. 앞으로 우리 산업발달을 주도해야할 항공산업이 이처럼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기술은 크게 기체 엔진 소재 전자 기계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 국내 기업들이 제대로 내세울 수 있는 기술은 전무한 상태다. 그저 기체분야의 기계 가공기술과 전자 보조기부문의 조립정도나 그런대로 선진국들의 주문을 소화해낼수 있는 정도다. 각 분야의 설계기술이나 제작가공기술,시험평가는 전부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항공산업의 기술수준을 평가하면서 ▲기체설계는 기초 ▲정밀주·단조 및 전자 가공기술은 크게 미흡 ▲엔진 설계기술 극히 낙후 ▲소재는 생산불능 ▲전자보조기기 설계기술 전무 ▲소프트웨어 제작 불능 등의 평점을 매겼다.

이 정도의 평점이면 미국 일본 유럽 각국에 처지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보다 후발국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보다도 뒤지는 수준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 66년 수하르트 대통령 주도로 항공산업 발전을 추진해 76년부터 수송기 면허생산에 들어가 79년에는 40인승 여객기를 자체 개발했다. 30년대부터 항공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브라질도 68년 쌍발 터보프롭기의 시험생산에 성공한데 이어 69년에는 10인승 여객기를 개발해 냈다.

이들 국가들이 현재 우리보다 앞선 항공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데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하나같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항공산업을 집중 육성했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헬기와 민간 항공기의 수요가 필요했던 인도네시아는 정부 주도로 막대한 시설투자와 과감한 외국기술 도입을 실시했고 브라질은 41년에 항공부라는 별도의 정부부처를 만들 정도로 항공산업 발전에 주력해왔다.

따라서 걸음마 단계인 국내 항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삼성항공의 이대원사장은 『항공기와 우주산업의 발전은 정보통신 생명공학 신소재 등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고 있고 이제 방위산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 발전의 근원으로 등장했다』고 전제,『항공산업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발상전환을 토대로 정책적인 자금지원,기업간 효과적인 역할분담체제 유도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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