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래 자유당을 제외한 역대 집권당과 주요 야당들이 청렴 및 개혁의지와 관련하여 줄기차게 내세웠던 대표적 공약으로는 단연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을 들어야 할 것이다.역대 정권의 공직자 재산등록의 실천의지를 보면 한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5공 출범직후인 81년 전두환정권은 고급공무원의 재산등록을 골자로 하는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할 것을 천명하여 시선을 모았다. 5·18 계엄령으로 권력을 장안한 전정권은 워낙 정통성이 결여된 정권이어서 때를 벗고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강조했고 당시 준여당으로 알려진 야당과 윤리법 제정을 서둘렀던 것이다.
처음 전 정권의 의욕은 대단했다. 모든 공무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3급 이상 등은 공개해야 한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등록범위가 5급4급3급으로 점점 축소되고 「공개」란 말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무리 각국의 훌륭한 조항만 모방해다 만든 기막힌 윤리법이지만 성실 등록여부와 변경신고의 실사를 하지 않은채 등록받은 서류를 금고속에 넣어두니 재산등록제는 그날로 유명무실화되고 만 것이다.
87년 대선서 승리한 노태우당선자 진영은 「보통사람 시대의 깨끗한 공직 풍토조성」을 명목으로 재산등록 문제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즉 현행법상 3급 이상 공직자가 등록만하게 되어 있는 재산을 법을 고쳐 아예 본인과 배우자의 것을 관보를 통해 공개할 뜻을 비쳤고 얼마뒤에는 89년부터 차관보 또는 차관급을 우선 공개하고 이어 3급 이상과 국영기업체장의 재산을 공개해야 한다고 자신있게 역설했다. 당시 당선자의 자문기구인 민주화합 추진위도 6공 출범과 함께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를 건의한바 있었다.
노 정권으로서는 재산을 공개토록 하는 윤리법 개정안을 마련,지난 88년 13대 국회에 제출했으나 지금까지 정계의 반대로 미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확고한 공약사항인 만큼 국민에게 호소하여 여론의 압력으로 개정법안을 관철시켰어야 했다. 더구나 90년 1월 3당 합당으로 여당이 원내의 절대의석을 장악하고 있었음에도 이 법안을 그대로 방치한 것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아시아국가중에서 같은 내용의 공직자 부패방지법을 시행하면서 싱가포르와 대만은 성공하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실패했음을 잘 알고 있다. 50년대부터 모든 공무원에 대해 취임 30일이내에 재산등록제를 채택하고 있는 필리핀의 경우 막사이사이 대통령이 재임했을 때는 허위신고와 뇌물 취득 때는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엄벌하여 나라전체에 소위 「청풍」이 불었으나 그가 죽고난뒤 법집행이 문란해지면서 오늘날에는 혼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선이 끝난뒤 민자당 주변에서 갖가지 엄청난 국정개혁안들이 출처도 불명인채 꼬리를 문데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 각 부처의 업무현황 청취과정에서도 굵직한 시정개혁내지 개선안이 쏟아져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각 부처가 실현성보다 그동안 실시를 보류,서랍에 넣어뒀던 것을 먼지를 털어 새 정권에 대한 환심사기와 부풀리기,한건주의식으로 내건 것이 태반이지만 사실 이들의 반은 커녕 10분의 1만 실현되어도 나라의 모습은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 틀림없다.
김영삼 차기 대통령이 지난 선거에서 소위 한국병 치유를 통한 신한국건설을 대표공약으로 제시하고 한국병 치유는 윗물 맑게하기운동으로부터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잘 알려진대로다. 윗물 막게하기의 실천방안으로는 집권자를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의 준법,도덕성 확립,책임지기,사치추방의 솔선 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거창한 국민운동 보다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공직자 풍토의 정화로서 김 차기 대통령은 취임즉시 법을 고쳐 고위공직자의 재산등록을 국세청과 사정기관을 통해 엄격히 관리하고 등록된 재산은 매년 변동상황을 공개토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백개의 장밋빛 개혁안보다 공직자 풍토부터 청렴의지를 지니고 도덕적 자세를 갖출 때 국민은 새 정부새 지도자를 스스로 따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과거 「80년의 봄」이 왔을 때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충남도지부 결성식에서 『집권하면 모든 공급공무원의 재산공개를 법으로 정해 국민앞에 부끄럽지 않은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것을 나의 정치공약 제1호로 약속하고자 한다』고 한말을 기억하면서 차기 대통령의 확고한 실천의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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