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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파동」 소강국면에/최대고비 넘겼으나 “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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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파동」 소강국면에/최대고비 넘겼으나 “산넘어 산”

입력
199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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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처리대비 「방어막」 부심/「해외구상」따라 재기 판가름/정 대표 거취정리·발전기금 출연여부 주목국민당의 정주영대표가 지난 15일 검찰 소환조사에 응한데 이어 16일 미국으로 출국함으로써 연초부터 시작된 「국민당 파동」은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때 와해의 위기상황까지 몰리는듯했던 국민당은 정 대표의 전격적인 검찰 자진출두 및 출국으로 인해 더이상의 사태악화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국민당은 그러나 급한대로 소낙비는 피했지만 기소 가능성은 사법처리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당내 현안도 산적해있어 아직 「산넘어 산」의 형국에 처해있다.

따라서 정 대표의 해외여행기간에 당의 결속 및 「공당화」를 위한 방안이 어느정도 마련되느냐에 따라 국민당의 재기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정 대표의 이번 소환조사가 점차 심각한 양상으로 번져가던 당의 동요를 진정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고위원들을 비롯한 당직자들은 당초 정 대표의 전격적인 자진출두 결정에 「당론」 등 명분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으나 소환에 응한 것이 현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같은 평가에는 어차피 지나간 상황을 가급적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측면도 있으나 실제로는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는 현실인식이 크게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국민당으로선 최근의 잇단 악재로 인해 「정면돌파」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는 벼랑끝 상황에까지 몰린 셈이다.

국민당 당직자들은 따라서 『속이 시원하다』며 정 대표 자진출두 및 출국에 홀가분하다는 반응을 갖추지 않고 있다.

한영수 최고위원은 『결과적으로 잘됐다』면서 『이제 한 고비를 넘겼다』고 만족해냈다. 한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연초에 여러가지 실책을 범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은 출국기도만이 실수였을 뿐 새한국당과의 관계정리나 2천억원 기금조성 포기 등은 대선후유증을 정리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주장한뒤 『이로인한 문제들이 일단락됐다』고 평가했다.

○…국민당은 그러나 정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문제가 지난 15일의 검찰 자진출두로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의 혐의사실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상당히 신경이 거슬리는듯한 눈치이다.

정 대표가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국민당으로 선 심대한 이미지 실추를 겪을 뿐더러 정 대표의 의원직이 박탈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을 가능성도 상정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당은 정 대표 기소 가능성에 미리부터 「방어막」을 치고 있다.

이와관련,변정일대변인은 『검찰이 공소유지를 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정 대표의 혐의사실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

변 대변인은 특히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비자금조성에 대해 『정 대표는 주식을 팔아달라고만 요청했을 뿐 비자금조성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설사 이를 알았다해도 현대중공업에 피해를 입힐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죄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변 대변인은 이어 『검찰의 불구속 기소 주장은 여론파악을 위한 애드벌룬 이상의 의미가 없을 것』이라면서 『검찰이 그같은 무지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또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당은 다른 당직자들은 『정 대표가 기소될 경우 피나는 법정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해 검찰의 사법처리방향에 따라서는 또다시 국민당의 강경한 「대여투쟁」이 전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국민당의 「내우외환」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관심은 정 대표의 「해외구상」에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정 대표의 이번 출국은 클린턴 미 대통령취임식 참석을 명분으로 한 것이지만 사실상 대선패배 충격을 벗어나기 위한 휴식과 향후 당운영 구상을 염두에 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 대표는 이번 여행을 통해 자신의 향후 거취와 당운영 및 자금조달 방식 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최근 여권의 가중되는 「압박」이 정 대표의 2선후퇴 또는 정계은퇴를 겨냥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만큼 정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이다.

정 대표는 출국 직전까지도 『2선후퇴는 고려치 않고 있다』고 거듭 밝혔으나 국민당 및 현대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상실한 정 대표가 과거와 같은 정열적인 정치활동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 대표는 이와함께 포기를 선언한 정치발전기금 조성계획 대신 자금의 조달 및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위원직 사퇴를 표명한 김동길의원을 비롯,대부분 당직자들이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내 분란을 막기위해서라도 정 대표는 이에 대한 적절한 보완책을 구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밖에 정 대표는 지도체제 문제를 비롯,당조직정비 문제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해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대표의 외유기간중 국민당은 당분간 체제정비를 위한 실무적인 준비작업만 하는 상태에서 사실상 휴면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당은 대선후 모처럼만에 조정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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