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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두얼굴/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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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두얼굴/이영성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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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군의 이라크 공습을 전후해 전개된 미국과 이라크간의 설전은 실전만큼이나 치열했다.미국은 『이라크는 짧고도 강렬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이라크는 『범죄자들이 다시 돌아왔다. 성전을 재개하자』는 증오를 드러냈다. 미국과 이라크는 독설공방을 통해 각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어느 편이 옳은가.

우선 2년전의 걸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전쟁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라크는 『한줌의 왕족들이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아랍의 대의를 외면하고 있다』는 등 명분을 내세웠지만 침략자의 오명을 벗을 수 없었다.

미국은 즉각 「침략자를 응징하자」는 격문을 던졌고,한국을 포함한 서방 각국과 온건아랍국들도 호응했다. 결과는 이라크의 패배였고,이라크는 굴욕적인 유엔결의안(687·688호)을 받아들여야 했다. 결의안은 이라크내의 화학무기 핵무기시설 파괴·국민억압 금지 등을 담고 있었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북위 36도 이북·북위 32도 이남의 이라크 영토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이라크를 사실상 3등분했다.

이라크는 이후 중동의 강국에서 「이단아」로 전락했고 명분도 잃었다. 그렇다면 이번 다국적군의 공습에도 이런 판정을 내릴 수 있을까.

미국은 『이라크가 결의안에 바탕을 둔 비행금지구역을 위협했기 때문에 공습은 불가피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해도 『우리는 언제나 옳다』는 식의 미국 주장에 동조하기엔 뭔가 뒷맛이 남는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점령지 철수를 골자로 하는 유엔결의안을 이행하지 않는 이스라엘,「인종청소」라는 잔혹행위를 일삼는 세르비아에 대한 미국 「무책」이 이라크 공습과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편차는 세계석유의 40%를 생산하는 중동의 특수성에 기인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행동에는 자국의 이해관계가 제일 큰 잣대인 것이다.

이번 사태는 「힘이 정의」라는 논리를 다시 절감케한다. 특히 미·일·중·러시아의 이해가 교차하는 한반도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강력해지는 길 밖에 없다고 논리를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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