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반응·행동여부에 관심 쏠려/장기적으론 「도발공격」 반복될 수도【유엔=김수종특파원】 13일 이라크 공습 조치이후 미국과 이라크의 대결양상의 전개추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담 후세인을 「히틀러보다도 악질」로 규정하고 그를 응징하는데 앞장서 온 조지 부시 대통령이 오는 20일 물러나고,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이 이라크문제를 인계받게 되기 때문이다.
고양이와 쥐의 숨바꼭질로 비유되는 이라크와 미국의 대결은 클린턴 집권이후 세계질서 형성에서 불안정 요인중의 하나이다. 부시 대통령은 물론,클린턴 대통령당선자도 지적했듯이 사담 후세인 자신의 행동양태가 이라크 사태진전의 방향과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이나 이라크 문제 전문가들은 13일의 공습은 정치적 목적을 띤 제한적 공격으로 당분간 2차공습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지적했듯이 공습이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는 판단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는 사담 후세인의 반응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라크정부가 공습직후 함둔 유엔 대사를 통해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겠다는 서한을 안보리에 전달하는 등 공습의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라크에 대한 마지막 힘을 구사했으며 앞으로 남은 5일동안 재공습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면 클린턴이 20일 취임하고 난 이후 이라크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가. 사담 후세인의 입장에서 보나 클린턴의 입장에서 보나 대결로 당장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번 공습으로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에 대한 강경의지를 단단히 보여줌으로써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부담을 덜어주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후 경제프로그램을 위한 1백일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마당에 초반부터 위험한 이라크문제에 매달릴 수가 없다. 후세인이 새 미국정부를 시험하려는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한 클린턴은 당분간 국내 문제에 전념하기를 바랄 것이다.
클린턴은 13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후세인이 행동양태를 바꾸지 않는한 지상전까지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암시함으로써 부시와 달리 사담 후세인과의 대화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라크이 함둔 유엔 대사는 13일밤 ABC방송의 「나이트라인」에 출연,이같은 클린턴의 언질을 『긍정적인 가능성』이라고 논평했다.
클린턴의 「새로운 시작」은 『후세인이 권력을 쥔 이라크와의 협상』을 배제해온 부시 대통령의 입장과 비교할 때 후세인의 오판을 부르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있다. 그러나 외교적 고립,경제제재에 목이 졸리고 있는 사담 후세인은 클린턴의 협상창구를 노크하기 위해 당분간 도발적인 태도를 완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이라크 문제는 이라크의 도발과 미국의 제한적 공격이 되풀이되는 불안한 상황으로 치달을 소지가 농후하다. 그 이유는 사담 후세인의 행태로 미루어 대량 살상무기 파기를 규정한 안보리 결의 집행과 관련해서 이라크의 협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휴전협정후 핵무기 개발시설,미사일시설 및 화학무기 폐기 검증권한을 가진 유엔검증위원회(UNSCOM)의 활동이 후세인의 방해로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결국 이번과 같은 공습조치를 부른 것이다. 이라크는 그동안 생화학무기 파기에는 비교적 협조적이었으나 핵무기와 미사일 검증문제에서는 협조적이기는 커녕 시찰단의 유엔 비행기이용을 트집잡아 방해를 해왔던 것이다.
유엔사찰단의 자유로운 현장접근과 자료제공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사담 후세인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한 안보리 결의 집행활동은 한이 없는 작업이 될 것이다.
미국의 공습이후 사담 후세인은 유엔 대사를 통해 안보리 결의에 대한 유엔검증반의 입국을 허용하는 등 굴복의 자세를 취했지만,국영방송 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성전」을 독려했다. 이같은 2중적 제스처는 후세인과 백악관이 「고양이와 쥐의 숨바꼭질」을 상당기간 벌일 것을 예견케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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