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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이라크 대응에 달렸다/「제2걸프전」의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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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이라크 대응에 달렸다/「제2걸프전」의 향방은

입력
1993.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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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권교체기 운신폭 좁아/“굴복 안한다… 오히려 손떼라”미국주도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습은 이라크 시각에서 보면 사담 후세인에게 별다른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후세인은 여전히 건재하며 그의 권력기반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미국이 의도하는 짧고도 날카로운 교훈도 큰 효과를 본 것 같지 않다. 얻은게 있다면 도발과 침략행위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결의를 말이 아닌 힘으로 확인시켰다는 것과 앞으로의 도전에도 같은 방법의 응징을 가할 것임을 천명했다는 정도다.

그럼에도 미국과 보조를 같이해온 아랍국들은 더이상의 대규모 응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폭격은 불꽃놀이처럼 화려했지만 화려함에 비해 미국쪽의 뒷맛은 결코 개운치 않다.

사담 후세인의 호언장담 역시 여전하다. 공습이 끝난뒤 검은 베레모와 군복차림으로 TV화면에 나타난 후세인은 『또다른 지하드(성전)가 시작됐다』고 선언하고 『미국주도의 서방측 공격에 반격을 가하라』고 이라크군에 명령했다.

그러나 후세인의 초강경 「선전포고」와 달리 니자르 함둔 주유엔 이라크 대사는 공습직후 쿠웨이트 침범중지 유엔사찰기 입국허용 등 유엔의 모든 요구사항을 즉각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기 격추사건이후 줄곧 구사해온 화전 양면전략이 계속이다.

공습이후 미국측이 견지하고 있는 태도는 이라크의 두 얼굴 작전에 관계없이 단호하다.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앞으로도 이라크의 휴전협정 위반에 대한 13일의 공습과 같은 추가 군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악관측은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추가공습이 있을 경우 비행장 레이더 통신시설 대량 살상무기 보관장소 등으로 타격 목표가 확대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라크가 유엔의 요구를 즉각,광범위하게 수용하지 않을 경우」란 단서가 붙어있다. 선택의 공을 후세인쪽으로 넘기겠다는 의도인 동시에 앞으로 벌어질 어떤 사태도 이라크의 책임을 못박은 것이다.

결국 다국적군이 제2,제3의 공습을 감행할 것인가는 후세인의 향후대응에 달린 셈이 됐다. 그러나 공습 직후에 있은 후세인의 대국민연설은 이라크가 이번과 같은 정도의 제한공격에는 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또 파상적으로 이어진 「도전행위」의 저의가 어디에 있었나도 보다 명확히 해주었다.

그동안 후세인의 노림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었다. 걸프전 상대였던 부시와의 구원을 갚음으로써 퇴임전에 보복성 작별선물을 안겨주려는 것이란 견해가 있었는가 하면 유엔의 각종 제재조치로 국내 상황이 피폐해짐에 따라 전쟁이란 외부변수를 통해 내부 불만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속셈이란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는 빌 클린턴 미 차기 대통령에게 이라크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벌인 계산된 행위라는 분석이 현재로선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역대 민주당 정권의 속성을 보더라도,또 미국의 현 경제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차기정권은 국제문제 보다는 국내문제 해결에 우선할 수 밖에 없으므로 정권교체의 무른 틈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말해 「건드려 봤자 골치만 아픈 존재」 「언제든 국제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나라」란 인식을 클린턴에게 뚜렷이 심어줌으로써 차기 미 정권의 대이라크 정책에 전향적 변화를 꾀해보겠다는 포석으로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본다면 후세인은 적어도 부시가 퇴임하는 오는 20일까지는 별다른 전략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미국의 딜레마는 시작된다. 미국도 이번 공습으로 이라크가 백기를 들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역시 후세인의 군사기반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정예부대,그리고 군시설을 쑥밭으로 만들지 않곤 후세인에게 치명타를 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제한적이나마 이라크를 친 것은 후세인의 서방농락을 좌시할 경우 빚어질 「무력한 미국,힘없는 유엔」의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랍국들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최근 급격히 약화됐다는 사실이다.

아랍권에는 미국이 유엔을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유엔을 이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있다. 보스니아 회교도들과 이스라엘이 추방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미국이 어째서 이라크는 유엔을 동원해서까지 악착같이 응징하려는 것이냐는 따가운 지적이다. 현 상황은 얻어맞은 이라크 만큼이나 때린 미국쪽도 운신의 폭이 좁은 형국이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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