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프로」활동…각종 기전서 맹위/선후배간 유대돈독 서로 “한수지도”한국 현대바둑이 불혹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55년 9월5일 한국기원이 닻을 올린 뒤 국수·최고위·왕위·명인 등의 순서로 프로기전이 하나 둘 생겨나 한국바둑의 성장을 도왔고 바둑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국내기전은 모두 16개로 늘어나 있고 바둑인구는 8백만명에 이른다(한국갤럽 조사언구소 92년 조사결과).
강산이 네번 바뀐 것처럼 한국바둑도 이제 제4세대를 맞고 있다. 이창호 6단(17),유창혁 5단(26) 양신호 8단(29) 윤성현 3단(17) 등에 제4세대의 맨 앞에 나서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충암고 출신들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충암사단」 이라는 말이 한국 바둑계에 심심찮게 나돌았고 마침내 이들이 힘찬 용트림을 시작했다. 헌재 충암고 출신들을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1백16명중 23명이고 그 단수만 97단이다. 올해안에 별어려움없이 1백단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들 한다.
「충암사단」으로 대표되는 한국바둑의 제4세대는 순수한 바둑세대라는 점에서 이전으니 세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들은 세계 최강이라는 일본·중국 바둑의 고수들과 어엿한 한판을 겨룰수 있을 만큼 강하다. 응창기배와 동양증권배·세계 바둑대회를 통해 순수 한국바둑이 세계제일임을 이미 여러차례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제1세대를 이끌었던 조남철 9단(69) 2세대를 대표했던 김인 9단(49)을 비롯해 윤기현 9단(50),하찬석 8단(43)은 모두 일본 유학파들이었다. 73년 김인으로부터 최고위 타이틀을 따낸뒤 80년과 82년 두차례에 걸쳐 천하통일을 이루어 냈던 제3세대의 조훈현 9단(39)도 어린시절에 일본에서 바둑을 공부하고 왔다.
제 3세대에서까지 한국바둑은 참된 홀로서기를 할수 없었던 셈이다. 제3세대에는 또한 서봉수 9단(39)이 있었다. 조훈현의 독주를 막는 단 한사람의 기사였던 서봉수는 양 어깨에 순수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짊어지고 있었다. 서봉수가 지켜 낸 순수한국 바둑의 자존심이 자양분이 되어 제4세대의 한국바둑이 열렸다.
주위로부터 부러움과 시샘이 함께 담겨있는 「사단」이라는 이름을 얻으면서 제4세대를 이끌고 있는 충암고출신 프로기사들의 이력은 2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 1971년부터 시작된다. 서봉수가 약관의 나이로 명인에 오른 해이기도 했다.
바둑을 좋아하는 충암고 이홍식이사장(53)이 그해 11월 바둑부를 만들었고 김수영6단(49)을 사범으로 모셨다. 그 이듬해부터 바둑을 꽤 둔다는 고등학생들이 충암고로 찾아들었다. 기도실에서 또래기사끼리 바둑을 연구하고 연습대국을 벌이면서 스스로의 기력을 쌓던 분위기는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요즈음도 이들 충암고 출신의 젊은 기사들은 「충암연구실」을 매일같이 드나들며 선후배가 함께 바둑을 연구한다. 일년에 한두번은 MT를 가서 인격수양과 선후배간의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갖고있다.
○양재호·조대현도 주목
○…「충암사단」의 맏형은 허장회 7단(39)이다. 세계고교생 바둑대회에서 한국대표로 나가 우승해 이홍식이사장과 인연을 맺었고 곧바로 고향 원주를 떠나 충암고 바둑부 제1기생이 되었다. 프로입단은 조금늦어 77년에 입단했으나 83년 18기 왕위전에서 준우승했고 굵직굵직한 기전의 본선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김수영 6단의 뒤를이어 82년부터 지금까지 충암고 바둑부를 가르치고 있다.
○…정수현 7단(37)은 충암고 바둑부 제2기생이다. 바둑부 동기인 김학수 6단(37)과 함께 73년에 프로에 입단했다. 충암고 출신의 프로기사 제1호이다. 바둑이론에 정평이나 있으며 많은 바둑저서를 쓰고 있다. TV 바둑해설을 통해 많은 바둑 애호가들과도 만나고 있다.
○…89년 제1기 동양증권배에서 우승하고 지난해에는 23기 명인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무서운 강자로 떠오른 양재호 8단도 충암고 11회 졸업생이다. 양 8단은 86년 조대현 6단(33) 유창혁 5단 등 충암고 출신과 함께 이른바 「신풍 3총사」를 이루어 조훈현 9단과 「탐험대결」을 벌인 바 있고 이후에 떨쳐오르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 제일의 공격수라고 불리는 유창혁 5단도 충암사단이다. 이창호와 함께 다음세대의 기수로 인정받고 있는 유 5단은 88년 제6기 대왕전 우승을 시작으로 89년 제1기 기성전 준우승,90년 제2기 기정전 우승 등의 성적을 내면서 주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곧 일본바둑 제압” 기대
○…바둑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그이름을 익히 알고있는 천재기사 이창호 6단은 충암사단의 막내격이면서도 제4세대의 맨앞에 나가있다. 올해 봄이면 충암고 2학년이된다. 이 6단은 끝없이 이어질것 같았던 조훈현 시대를 마감시키려 하고있다. 조 9단의 내제자로 들어가 바둑을 배운 이 6단은 스승의 타이틀을 하나하나 차지해 이제는 스승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국내기전은 물론이고 92년 동양증권배에서는 세계의 바둑강자를 차례차례 꺾고 우승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6단은 앞으로 스승인 조 9단을 넘어서는 한편 곧 일본바둑을 무릎꿇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있다.
○…이들 외에도 선배기사들이 눈여겨 지켜보고 있는 10,20대초반의 기사들의 대부분이 충암사단의 일원이다. 정현산 4단(23) 김영환 2단(22) 김승준 3단(19) 윤성현 3단 이상훈 2단(17) 등도 제4세대의 당당한 주역들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이다.<최성욱기자>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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