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으면 그 사범처리도 법에 따라 신속하고 엄정히 하는게 마땅하다. 그래야만 올바른 민주정치의 핵심적 과제인 준법정신이나 공명선거 전통을 확립해 나갈 수 있고,새 정권의 부담없는 출범과 국민적 화합도 이룩할 수 있게 된다.그런 의미에서 검찰이 어제부터 대선당시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된 전·현직 의원 10여명을 소환하기 시작,월내에 조사를 마무리키로 한 것에 정가뿐 아니라 국민적 관심마저 쏠리고 있다. 선거직후부터 대통령이나 관계 당국자의 엄벌과 신속처리방침 천명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해온 사범처리가 이제부터라도 본궤도에 올라 선거를 통해 드러난 뿌리깊은 고질이나 무책임한 돌출비리들이 깨끗이 청소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겠다.
그런데 괴이쩍게 여겨지는 것은 사법처리에 대한 정치권의 흐릿한 자세이다. 검찰의 고발의원 소환 첫날 여당은 사범처리가 정치적 사유로 관용 조치돼선 안된다며 대기업의 선거개입 등에 단호한 법집행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정작 소환대상에 오른 여당의원부터 소환에 불응하는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대통령당선자가 강한 의지로 사범 단호처리 성명을 지시했을 정도이면 여당의원들로부터 자세가 먼저 갖춰져야 하는게 아닌가. 이러고서야 야당 총수마저 낀 여·야의 사범처리가 과연 법대로 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옛 버릇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고,검찰도 정치권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가 없어 사범처리가 늦춰져온 감이 없지 않다. 당선자의 측근 실세 등 여당 사범의경우는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하는 등 선거에 이겼는데 이제와서 어쩔테냐는 태도가 역연하다. 「나사본」이나 민주산악회가 고발된지 언제인데 조사한번 받았다는 소식이 없다.
여당부터 이러하니 야당인들 핑계대기가 식은 죽 먹기다. 왜 여당의원은 두고 우리만 단속하느냐고 정치탄압쪽으로 몰아세우는가 하면 법이 엄연한데도 사과 한마디 정도로 혐의에서 벗어나려 한다. 또 법의 문제를 체면마저 팽개친 로비나 정치흥정으로 모면하려는 가당치도 않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사상 최선의 공명선거였다는 자화자찬이나 30여년만의 문민정권 출범이라는 모처럼의 국민적 공감과 구악쇄신 분위기가 손상될까 두렵다.
사범처리에 엄정·신속하려면 먼저 여당부터 법앞에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야당도 책임있는 수권정당으로의 발돋움이나 국민적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법부터 준수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검찰도 중립내각과 국민이 뒷받침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눈치볼 것 없이 법에 따라 단호한 수사의지를 되찾기를 당부한다. 「부산모임」사건에서 전직 총수마저 사법처리키로 결단을 내렸으면 법집행에 더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법에 따라 엄정히 대선 사범처리에 나서는게 나라는 물론이고 여·야당의 체질개선을 오히려 도와주는 길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법앞에서는 여·야도 없고 정치흥정도 있을 수가 없다. 공평무사하고 엄정·신속한 대선 사범처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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