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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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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의 공산치하에서 예술의 자유를 찾아 서방세계로 망명한 문화예술인은 무척 많고 그들의 망명을 다룬 영화,TV드라마도 여러편 제작되었다. 영화와 TV드라마서 다룬 그들의 탈출장면은 개찰순간 기차역에서의 잠적 아니면 여객기 탑승직전 공항에서의 필사적인 질주다. ◆이 탈주극의 원본은 61년 초여름 파리교외 루브제르공항서 발생했다. 유럽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는 구 소련 키로프발레단의 젊은 남자 무용수 1명이 커피숍서 차를 드는체 하다가 잽싸게 줄행랑을 쳐 프랑스 경찰에 도움을 청했고 황급히 뒤쫓던 발레단의 보안요원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구 소련의 유명예술인으로서는 최초로 서방망명의 길을 택한 이 필사의 탈주자는 키로프무용단의 주역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였다. 그는 망명후 파리오페라좌서 <해적> 으로 데뷔무대를 가졌고 이 무대서 세기의 발레리나 마것 폰테인과 함께 춘파 드 되(이인무)로 초만원의 관객으로부터 10분간 열광적인 환호가 기립박수를 받았다. ◆데뷔부터가 극적이기만 했던 누레예프의 예술인생은 한마디로 눈부셨다. 19세 연상인 폰테인과 콤비를 이룬 이인무는 예술의 극치로 불렸지만 그는 박력에 넘치면서도 우아한 율동미로 관객을 사로잡아 발레의 대중적인 인기를 폭발시켰다. 또한 클래식 발레와 모덴 발레의 벽을 허물고 발레예술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안무가 예술감독으로도 정력적인 활동을 폈고 무용의 영역을 넘어 연극 영화 등 공연예술 전반에 폭넓게 관여했다. ◆20세기의 위대한 무용수로는 전반서 바스라프 니진스키(1890∼1950),후반선 누레예프가 손꼽히는데 니진스키는 10년 남짓 활동한후 정신병으로 폐인되어 무대를 떠났고 미혼인채로 여성팬들의 인기를 한껏 누린 누레예프는 AIDS 감염설을 풍문으로만 남기고 수일전 파리서 타계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무용수가 정신이상과 AIDS 같은 몹쓸병으로 생을 마감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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