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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민주당」 대망론/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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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민주당」 대망론/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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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산 전 신민당 당수는 생전에 『철학이 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니듯 철학이 없어 공론만 일삼는 야당은 정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진산의 이 말은 5·16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정권의 강권통치하에서 국가경영에 대한 확고한 비전도 없이 집권의욕은 커녕 무기력과 좌절감속에 오직 당권싸움에만 열을 올리는 야당인들에 대한 자청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진산이 지적한 「야당의 철학」은 한마디로 국민을 공감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집권청사진」이다. 선진국에서 보듯 여당 못지않게 국정 각 분야에 대한 정책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 민주체제하에서의 야당의 책무라면 지금까지 이 땅의 야당은 나태했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아마도 20세기에 들어 우리의 야당처럼 오랫동안 집권을 못하고 야당신세를 고수하고 있는 정당도 드물 것이다. 4·19 학생혁명의 덕분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9개월만에 정치군인들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다.

한국에서 야당이 40여년간 집권을 못한 것은 쿠데타와 정변,집권자의 장기집권,독선과 독재,특히나 비판을 용인하지 않는 가혹한 탄압 등이 주인이지만 야당 스스로의 책임 또한 그에 못지 않다.

한민당 국민당 민주당 민정당 신민당으로 이어져오는 야당의 길은 고행이자 가시밭길이었다. 이들 역대 야당은 송진우 김성수 신익희 조병옥 장면 윤보선 유진산 등에 의해 소위 가부장적인 체제하에서 이어져왔으며 이러한 전통과 정신은 민주당에도 여전히 계승되어 왔던 것이다. 역대 야당이 당권을 둘러싼 부질없는 파쟁과 내분으로 국민을 숱하게 실망시키기는 했었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가 이정도라도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험난한 여건속에서도 막강한 권력에 맞서 싸워온 야당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라고 봐야할 것이다.

14대 대선이 끝난후 국민들의 관심은 제1야당인 민주당이 어떤 인물을 새 선장으로 뽑을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야당의 양대 또는 절대적 지주로 버티어온 김대중 전 대표가 하루아침에 정치일선에서 은퇴했으나 그 후임자의 선출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일부 국민들은 새 대표 경쟁으로 어수선한 민주당에 대해 걱정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다. 대표경쟁에 나서는 이기택 김상현 김영배 조세형 김원기의원 등이 정치경력이나 경륜에 있어 김 전 대표에 비해 너무나 떨어져 「난쟁이들의 행진」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구 신민 구 민주 및 진보세력 등의 각 계파와 지역을 들먹이며 혹시 파쟁끝에 분당까지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그같은 우려는 진작부터 씻어야 한다. 비록 김 전 대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들 인사들의 연령이 50대 중후반인데다 20∼30여년간 원내외의 정치경험을 축적해 얼마든지 새 리더로서 야당을 이끌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표선출을 단순히 후임을 뽑는 것이 아니라 김 전 대표의 퇴장을 계기로 야당의 한 시대를 끝내고 시대적 변화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야당으로 변신,새출발하는 계기로 만들 의무가 있다.

따라서 오는 3월의 새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민주당이 새시대의 새야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가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필자는 민주당에게 깨끗하고 공정한 대표 경선과 관련하여 몇가지 권고하고자 한다.

우선 대표 및 최고위원 경쟁에 나서는 인사들은 빠른 시일안에 한자리에 모여 국민과 당원 앞에서 돈안쓰고,또 당 요직을 약속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닌 당당한 경쟁을 벌일 것을 엄숙히 선언해야 한다. 이어 각 후보들은 전당대회에서 당을 어떻게 개혁하고 또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계획과 포부를 분명히 제시하도록 하는게 필요하다.

다음으로 경선운동 과정에서 지역주의를 이용하지 말아야 하며 또 선거결과에 승복한다는 것을 분명히 다짐해야 할 것이다. 만의 하나 경쟁에서 패배한데 대한 불만으로 탈당­분가하거나 불복으로 끝임없는 파쟁과 내분으로 치달을 때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국민들은 민주당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과연 김대중 전 대표가 없는 민주당이 끝내 「난쟁이들의 경쟁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심기일전하여 멋진 경선으로 새 리더를 뽑을 것인가.

국민들은 모범적인 경선으로 확고한 비전과 철학을 갖고 정책개발에 박차를 가하는,그렇게 해서 수권정당의 실력을 가질 수 있는 건전한 야당,강력한 야당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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