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부작용/“돈이 최고”/범죄 갈수록 기승/「겁없는 10대」 갱흉내 폭력조직 결성/성폭행 우려 여자운전사 밤일기피/경제사기범도 급증… 「가짜초청장」등 피해자 속출개방의 부작용 중에서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은 각종 범죄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연변 사람들은 『서울보다 규모가 작거나 빈도가 낮은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연변에도 있을 건 다 있다』고 범죄증가 현상을 개탄하고 있다.
연변일보의 한 기자는 『최근 1∼2년새 사기범죄가 빈발하는 실정』이라며 이같은 현상을 개방화 추세와 함께 잘못된 서울문화가 유입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훔쳐가는 도둑은 물론 조직폭력과 사기 강도 살인폭력 강간 등 강력범죄와 지능범죄는 갈수록 늘어나 인심을 사납게 한다. 또 대부분의 범죄가 돈문제로 인한 것인데다 법인들의 대부분이 청소년들 이어서 사회주의 국가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사회악의 확산과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중국에서는 협잡(사기) 절도강탈(강도) 강간범죄를 이른바 「사패천」이라고 부르며 제거해야 할 사회악으로 꼽고있다.
92년 3월6일 연길에서는 한족깡패 30명의 아지트를 조선족청년 18명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습격하는 조직 폭력사건이 벌어졌다. 조선족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6명이 칼을 맞고 쓰러졌는데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두목은 아킬레스건이 끊기고 국부에도 칼질을 당했다.
조선족 청년들은 한족두목이 실려간 병원에 몰려가 의사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고쳐주지 말라』고 협박하기 까지 했다.
이 사건에 가담했다가 붙잡혀 3개월간 옥살이를 하고 근로자들의 1년 수입인 3만원(한화 4백50만원상당)의 보석금을 낸 뒤 풀려난 택시운전사 김모씨(26·도문시)는 신명나게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김씨는 『한족 두목녀석이 평소 조선족을 너무 괴롭혀 혼을 내준것』이라며 『공안(경찰)이나 의사,교도관들도 드러내놓고 말은 안했지만 우리를 감싸주더라』고 사건의 밑바탕에 민족감정이 깔려 있음을 주장했다.
중학 1년후배인 여자의 집에 쳐들어가 가족들을 협박해 어거지로 결혼한 망나니였던 김씨는 마음을 잡고 택시를 운전하고 있으나 아직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리의 사나이」로 자처하고 있다.
김씨는 국경도시인 하얼빈에서는 한족이든 조선족이든 폭력조직 간의 싸움이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폭력조직,그 중에서도 조선족 폭력조직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길은 없지만 의리를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홍콩의 폭력 영화·비디오테이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점을 감안하며 한국의 폭력조직보다 더 단결이 잘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형제의리」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벗이 하나 많아지면 길 하나가 더 생긴다」고 조직원을 늘리고 「벗을 위해서는 양옆구리에 칼을 맞으며 한 사람이 일을 치면 벗들이 모두 돕고 공안국에 잡혀가면 혼자 죄를 안는다」는 것이 행동지침이다.
조직활동에서 행동대원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겁없는 10대들이다. 겁없는 10대들은 조직범죄는 물론 단독범죄도 자주 저질러 당국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있다.
청소년범죄는 「온 사회가 일떠나 (들고 일어서)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연변일보에 의하면 연변 자치주에서 89∼91년 3년동안 발생한 범죄의 64%가 청소년들이 저지른 것이었다. 이들 청소년 범죄중 72.5%가 재산침해 사건으로 돈과 관련된 것이었다.
또 18세 이하의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는 범죄의 저령화 지능화 성인화 추세가 심해지고 있다. 18세이하의 범죄는 89년에 청소년 범죄의 22.2%이던 것이 90년에는 27.9%로 5.7%포인트가 높아졌다.
연변에서는 91년에 13∼16세의 소년살인 사건이 4건,14∼17세가 저지를 미성년 강간사건이 66건 발생했다.
연길에는 3개의 큰 건달무리(폭력조직)가 있으며 이들 조직에 소속된 인원이 1백여명에 이른다. 건달무리 3개는 연길을 동·서·남 3개구역으로 나누어 장악,영토를 침범하면 죽기살기로 유혈전쟁을 버이고 자신들의 영토에 있는 개체호 음식점에서 무전취식을 하거나 업소 보호명목으로 매달 「세금」을 뜯는다.
92년4월 공안에 검거된 남자4명 여자2명 등 6명은 90년말 「색정협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위원장 비서장 판공실주임 등의 직책을 나눠맡은 뒤 자신들끼리 음탕한 생활을 하거나 여성 30여명을 납치,윤간을 일삼아왔다. 이들은 음란한 그림이나 트럼프,비디오테이프 등을 보면서 혼음까지 해온것으로 밝혀졌다.
청소년들이 법죄꾼이 돼가는 원인으로는 기성세대의 과소비 향락풍조나 가치관의 부족,불건전한 비디오테이프의 확산 등 한국사회와 비슷한 것들을 꼽을 수 있지만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는 음주문화의 폐해가 추가된다.
술주정은 청소년 형사범죄를 야기하는 중요원인의 하나이다. 술끝에 빚어진 범죄가 형사사건 총수의 80%이상이다.
남녀노소가 모두 먹고 마시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악습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무도청 오락청 커피청 등 이른바 3청은 범죄환경이 되기 십상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3청을 드나들면서 놀고 즐기며 법죄수단을 익히게 된다. 연길시의 이모군(17)도 3청에 드나들다 비뚤어져 90년3월 넷이서 길가는 여성을 자형의 집으로 끌고가 집단성폭행 했다가 공안에 적발됐는데 이런 사례는 아주 많다. 이들 3청중 무도청 커피청 등에서는 윤락을 알선하는 곳도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오락청은 큰 골칫거리이다. 용돈을 조금이라도 줄라치면 쪼르르 오락청으로 달려가 날려버리고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부모들은 용돈주기를 겁날정도라고 말한다. 오락청에는 전체 중국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된 구직청년(실업청소년)과 학교중퇴자,부랑아들이 들끓어 범죄의 온상이 돼가고 있다.
연길감옥에 수감된 재소자중 학력이 초중이하인 경우가 81.3%라는 통계는 부랑아나 학교중퇴자들의 처리문제가 심각함을 알려주고 있다.
강·절도 사건외에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늘어나는 사기범죄도 문제. 주로 『목재를 싸게 주겠다』고 속이고 몇만원을 미리 받은뒤 날아버리는 기편(사기)행위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나들이를 이용한 범죄는 보다 지능적이다. 한동안 한국붐이 붙다가 한국의 입국심사가 강화되자 요즘은 구 소련에 장사하러 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이에 편승,구 소련에 있는 친척의 초청장을 만들어주는 직업적 위조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연길시 공안국 외사과에 의하면 한달평균 접수되는 초청장이 2천건 안팎이나 돼 사기범들이 끼여들게 된다. 1년에 한번씩 낼 수 있는 중국·러시아변경 공민통행증도 위조대상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여러 사람의 통행증을 받아와 파는 통행증 장사도 생겼다.
92년4월에는 한국가는 가짜 초청장을 갖고 연길 등지에 돌아다니며 50명을 속여 10여만원을 받았다가 적발된 사기범도 있었다.
그러나 적발되더라도 경고 또는 5일이하 구류라는 가벼운 처벌로 끝나기 때문에 구류를 산뒤 또 사기행각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밖에 개방의 부작용으로는 무모한 사업욕을 들 수 있다. 기술력이 부족해 경쟁력이 취약한데도 『기업부터 꾸리고 보자』는 식으로 맹목적 창업을 한뒤 자금부족으로 월3∼4푼의 고금리 사채를 쓰다가 도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혼례이불 공장을 차려 거부로 성장했던 도문의 우전무역총공사 총경리 한옥희씨(38·여)는 92년 가을 3억여원의 부도를 내고 하루아침에 도산하고 말았다. 한씨가 도산하자 돈을 빌려주었던 사람들이 연쇄자살 하는 일도 일어났다.
기술력과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채 무리하게 사채에 의존해 기업을 일으켰다가 망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역경제의 유통질서까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별취재반
임철순(사회부 차장) 강진순(사회부 기자) 조상욱(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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