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통령선거에서 같은 패자의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제 갈길을 찾아나서고 있으나 국민당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밖으로는 현대와 함께 선거사범 처리위협에 시달리고 있고 안으로는 집안 싸움에 진통이 작지 않은 것 같다. 거기에 정주영대표가 스스로 발설한 「이종찬씨에게 50억 수수」까지 겹쳐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처지에 놓였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여러가지 현상은 한마디로 선거후유증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1인 중심의 당운영을 탈피하고 명실공히 민주공당으로 국민당은 탈바꿈해야 한다」 「어느 개인의 호주머니에만 의존하는 정당은 사당화되기 쉽다」 「새로운 체질과 체제의 개선으로 거듭나기를 해야 한다」선거가 끝난뒤 이런저런 충고와 여론의 지적이 많았던 것을 국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주문을 무시한채 종래 그대로의 방식과 체제에 안주하다보니 지금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홍은 새한국당과의 통합문제와도 얽혀있어 국민당의 사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우선 정 대표가 대선기간중 새한국당과 통합키로 한 것은 「무효」라고 일방적으로 파기선언을 한 것은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보아 잘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정당의 대표로서,대통령후보로서 국민앞에 선언한 것을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번복해 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50억원 수수설이다. 정 대표는 건네주었다고 하지만 이씨는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어 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이씨를 비롯해서 새한국당의 여러 사람들이 국민당으로 들어갈 때 항간에는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에 정 대표의 입을 통해 나온 이 발설은 더욱 국민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선거법을 위반한 행위가 될 수 있다. 범법행위의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50억원 수수설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이 문제는 법적차원 뿐 아니라 도덕성의 차원에서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정 대표가 또다시 실언이라고 금방 번복을 한다면 국민들은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그처럼 잦은 실수는 의도적으로 계산된 것인지,아니면 정말 과거에도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버릇인지 국민들은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공당과 공인의 언동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유의해야 할 것 같다. 국민당과 정 대표는 지난 총선과 대선을 통해 16∼17%나 되는 유권자로부터 지지받은 공당이고 공인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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