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선거 파장이 일본 정계에도 파급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대통령선거기간중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정권의 향방에 관심을 쏟던 일본 언론은 선거가 끝난뒤 이제 일본 정계개편에 대한 특집기사를 다투어 싣고 있다. 언론의 흐름과 함께 집권 자민당내에서도 「총리직선론」이 터져나오고 급기야 자민당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던 재계까지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일본 언론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88년 서울올림픽때 정점에 달했었다. 일본 제3의 도시 나고야가 81년 바덴바덴의 IOC 총회에서 우습게 보았던 서울에 패배한 이후 서울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한국의 경제적인 급부상을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떠들어댔다. 이때의 관심은 사실 올림픽 자체에 대한 관심이외에도 87년의 6월 항쟁,6·29선언,12월의 대통령직선 등 한국의 정치적 다이내미즘을 부러워한데서 한층 높아졌던 것이다. 노태우대통령 집권 5년동안에도 일본인들은 한소수교,남북한 유엔 동시가입,한중수교 등 북방외교의 성공과 「화해의 협력에 관한 남북합의서」를 끌어낸 남북 고위급회담 등에도 부러움과 신기한 눈초리를 보냈다. 이 사이 일본 정계는 국내적으로는 리쿠르트 사건,우노 전 총리의 섹스스캔들에 이어 지난해의 사가와규빈 관련 폭력단 사건 등 추문으로 얼룩졌다. 일본은 지난해 외교적으로도 캄보디아에 유엔평화유지군 파견외에는 북한과의 수교협상,북방 4도서 반환을 위한 러시아와의 교섭에서 아무런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말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그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음이 분명하다. 일본 언론은 특히 30년간의 군사문화를 끝내고 문민정치를 성취한데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경제선진국 일본이 경제적으로는 한국보다 몇수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면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우월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55년 자민당 집권후 한번도 정권교체를 경험한 바도 없으며 앞으로의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엄청난 정계스캔들이 터져도,미야자와 총리의 인기도가 15%에 불과해도 일본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대로 이를 바꾸지도 못하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불만과 무력감을 지도층이 수렴,보수안정세력이 계속 집권하려는 시도가 최근의 「총리직선론」과 일본 경단연의 「정치개혁론」 등 위로부터의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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