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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경제전쟁(기술로 이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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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경제전쟁(기술로 이긴다:4)

입력
1993.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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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 노동력 경쟁으혼 한계/로봇 산업 육성 서두르자/첨단 부품 등 아직 걸음마 단계/보유대수도 일본의 7%수준/“참여기업 교통정리 등 정부가 나서야”일본의 산업 현장에는 어김없이 로봇이 투입돼 사람일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 로봇들은 사람들이 싫어하던 일은 물론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고 있다. 일본의 로봇군단은 산업현장 곳곳에서 일본 경제의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근로자들이 조선소독의 수십미터 높이에서 밧줄하나에 생명을 걸고 용접을 하고 있는 사이 일본에서는 로봇이 용접을 하고 페인트 칠을 한다. 제철소 고로주변엔 사람구경하기가 힘들고 대신 로봇이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다. 심해에서는 로봇이 해저 광물을 탐사하기도 한다. 심지어 양복점에까지 로봇이 등장해 고객의 주문대로 양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일본 화낙사의 근로자는 하루에 72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기계제조라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로봇이 그 일을 해주는 것이다. 금용일 아침에 출근한 화낙의 근로자는 퇴근할 때까지 8시간동안 로봇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처리할 분량만큼의 원자재를 부품 투입기에 배치해 놓기만 하면 된다. 72시간만인 월요일 아침 출근해 보면 어김없이 제품이 만들어져 있다. 일본의 로봇앞에서 우리의 「5대 더하기 운동」은 석기시대의 구호일 수 밖에 없다.

사람과 기계가 경쟁을 하는 꼴이다.

이같이 일본의 산업현장 최일선을 뛰고 있는 로봇은 현재 40만대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은 89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로봇의 59.7%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이른바 3D업종은 물론 힘과 정밀도,일의 연속성 등이 요구되는 산업현장에는 어김없이 로봇이 투입돼 활약하고 있다.

유능하면서도 말썽도 안부리는 로봇의 등장은 기존의 산업구조론을 완전히 뒤엎어 버리고 있다. 사양 산업으로 치부되던 산업이 로봇의 투입으로 저임금의 개도국에도 이길수 있는 경쟁력을 되찾고 있다.

로봇은 이제 한나라의 기술력,나아가 경제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상품이 일본 상품 앞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바로 로봇 때문이라는 지적은 기술력의 격차를 뼈아프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로봇 산업은 유치단계에 머물고 있다. 로봇 보유대수는 90년 3천8백80대 이고 근로자 1만명당 로봇 보유대수는 일본의 15분의1 수준인 7.9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는 로봇 보유대수에 있지 않다. 우리 로봇들이 모두 일본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점이 문제다. 삼성·현대·대우·럭키금성·두산·기아 등 국내 로봇 생산업체는 8개에 이르고 있으나 대부분 일본에서 70%이상 완성된 제품을 들여와 최종 조립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연구원 박광순 연구위원은 『우리 로봇 산업의 기술 수준은 조립 등에서는 일본의 80%에 육박하고 있으나 로봇 산업 기술의 핵심인 센서,컨트롤러 등에서는 40%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한두 기업이 로봇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개발한 제품의 작동거리가 한번은 10㎜,한번은 10.5㎜ 등으로 일정치 않아 상품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 가슴 아픔 것은 이같은 국내 로봇 산업의 현실은 우리 정부가 자초했다는 점이다. 로봇 산업에 대한 인식도,전략도 없으며 사람 관리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 손으로 로봇을 만든 것은 80년.한국과학기술원 정밀기계 기술센터 소장으로 있던 이봉진씨(현재 일본 화낙사의 기술고문)에 의해서다. 그는 국내 최초로 로봇을 만들어 세계학회에 논문까지 발표했다. 로봇을 우리 손으로 만든 80년은 세계적으로도 로봇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정부는 로봇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방위산업의 일부로 치부해 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일할 맛을 잃고 사표을 낸 이씨를 일본 화낙사가 상신 기술연구소장으로 초빙,화낙이 세계 최고의 자동화기 기업체로 부상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국내 로봇 산업은 유치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잘못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로본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없이 로봇업종에 많은 기업들을 진출 시킴으로써 제대로 된 로봇을 만들지도 못하고 일본의 반제품도입에만 앞장서 오히려 대일 역조만 키우고 있다.

이봉진씨는 『이미 참여한 업체들을 지금이라도 정리해야 한다. 각업체들에 기술개발을 할당해 자체 개발하도록 한뒤 각자 개발된 기술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치열한 기술 경쟁시대에서 살아 남을수 있는 길은 나노(1백만분의1)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정밀도를 확보 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여기엔 로봇 산업의 발전이 선결과제다. 기술 경쟁 시대의 총아인 로봇 산업이 뒤받침되지 않고선 아무리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라 해도 언제 사양산업이 될지 모른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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