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군 조직·지휘체계 미비/작적 대행땐 사태 다시 악화 우려/회원국 파병유도·비용 마련도 부담【유엔=김수종특파원】 분쟁지역 중재방문에 나선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이 소말리아·보스니아·에티오피아에서 데모대로부터 연속 봉변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같은 해프닝은 야심적인 활동을 벌이려는 유엔사무총장이 당할 수 있는 봉변으로 볼수도 있지만,유엔 평화 유지활동(PKO)이 직면할 어려움을 암시하는 사건이다.
특히 소말리아는 취임후 갈리총장이 제3세계문제 해결의 본보기로 삼고 심각하게 인도적차원의 개입을 유도했던 곳이다. 3일 모가디슈 유엔 구제본부를 방문하려던 갈리총장은 유엔을 비난하는 데모대에 밀려 미국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피신해야 했다.
데모대는 유엔기를 찢으며 갈리 총장을 성토한 반면 미국이 계속 병력을 주둔하며 소말리아를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데모는 모가디슈를 근거로 하고 있는 군벌의 사주에 의한 것으로 판명이 났다.
그러나 이같은 해프닝은 유엔의 분쟁해결 능력의 한계를 상징할 뿐더러 유엔 개입과 미국의 역할이 불가피하게 엉켜들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유엔안보리의 소말리아 기아구제 개입결의와 미국의 파병은 냉전후 세계질서개편과 관련해서 새로운 분쟁 해결방식으로 채택되었다. 즉 유엔이 「국제 경찰력 행사」를 허가하고 실질적으로 해외 파병 능력을 가진 미국이 「세계 경찰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미국의 파병으로 군벌과 무장갱단들에 의해 차단됐던 구호물자 공급로가 회복되고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소말리아의 문제는 이제부터 어려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유엔을 대표하는 갈리총장과 부시 미 대통령이 PKO운영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구호물자의 보급로만 안전하게 확보되고나면 유엔 평화유지군에 치안을 맡기고 철수하겠다고 천명했다. 정권이양기의 미국은 일단 「희망회복 작전」이 순조롭게 돼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병력철수설을 슬슬 흘리기 시작하고 있다. 수개월내에 전면적인 철군은 실현성이 없을지라도 퇴임하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클린턴 정부 출범전에 상징적인 철군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갈리 총장은 미군을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대체하는 것만으로는 소말리아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더울 악화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일시 숨을 죽이고 있는 군벌과 무장갱들이 다시 출몰해 식량보급로를 차단하고 살육전을 벌이면 유엔 평화유지군의 기능과 조직 및 지휘체계로 미루어 무정부상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이다.
그래서 갈리총장은 부시 대통령에게 소말리아인들에 대한 무장해제를 요청했고 지난달 18일 안보리에 낸 보고서에서도 소말리아인들에 대한 무장해제가 선결과제임을 강조했다. 국제 분쟁의 전문가들도 유엔평화 유지군이 치안유지에 들어가기 전에 무장해제가 선행돼야 유엔활동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적극적 무장해제는 미국의 개입확대를 자초한다며 작전상 필요할때에 만으로 무장 해제를 한정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말리아 평화유지 문제를 인계받아야할 경우 유엔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게된다. 우선 최소한 현재 파병된 미군 규모의 평화 유지군을 여러해동안 유지해야 한는데,회원국으로 하여금 파병을 유도하는 일에서 부터 막대한 유지비를 어떻게 염출하느냐가 숙제이다.
지난 88년 이후 유엔의 평화 유지활동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현재 12곳에 5만여명의 병력이 파견돼있고 연간 30억달러 이상의 평화 유지비가 필요한 실정이나 분담금 미납으로 유엔재정이 파탄직전이다.
이런 유엔의 딜레마를 두고 미국이 전면철수할 것인가.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일까지 대폭적인 소말리아 철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철수를 한다 하더라도 새로 취임하는 클린턴 대통령은 원치않았던 국제 문제에 첫 결단을 내려야 하게 될지 모른다.
소말리아 문제는 93년 벽두부터 유엔과 미국 등 두 개입당사자의 미묘한 정치시험대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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