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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경제전쟁(기술로 이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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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경제전쟁(기술로 이긴다:3)

입력
1993.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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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고급인력 양성/이젠 대기업들이 나서라/「대학 정원늘리기」만으론 한계/산학협동 실습기자재 확충을/절대인원 부족에 제조업기피도 문제『해마다 엄청난 인력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기술개발에 활용할 사람은 드물다』 기술개발이 문제될 때마다 국내 기업의 인사관계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력 양성체계의 실상을 한마디로 나타내 주는 말이다.

과학기술 인력수급과 관련,으레 들먹여지는 지적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연구개발 인력비중이 형편없이 낮다는 것.

인구 1만명당 과학기술연구 인원은 한국이 16.4명(90년)이고 미국 일본이 각각 39명꼴이니 연구인력 부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기술인력 부족현상은 의외로 인력배출의 절대규모가 적어서라기 보다 특정분야에 우수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 모자라고 그나마 한쪽에만 쏠린 현실로 인해 생긴 부작용때문이라는 측면이 더 크다.

우리나라에서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본격 부각된 시기는 86∼88년 분에 넘친 호황이 끝나 수출경쟁력 악화가 두드러지기 시작할 때부터이다.

88년 정부가 발표한 6차 경제사회발전 수정계획(88∼91년)에도 과학기술 인력양성 과제는 고작 「산업사회에 부응한 과학기술교육 강화」라는 제목과 원론수준의 문장 몇줄을 나열한 정도였다.

과학기술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미한 상태에서도 석사급 이상 고급인력은 80년대 들어 연평균 35%씩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 90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연구 인력은 모두 7만5백3명으로 박사급이 1만7천6백여명,석사급 2만4백여명,학사 3만여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박사급 연구원의 경우 86년 9천4백여명이 5년새 거의 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박사급 고급인력 가운데 77%는 대학에 종사중이고 각종 공공연구기관에 17%,민간기업엔 고작 6%인 1천명내외가 일하는 실정이다.

갈수록 고도 첨단과학 지식이 요구되는 기술전쟁시대이니 박사급 고급인력이 대부분 대학에 몰린 현실은 결과적으로 기업 입장에선 극심한 인력부족 사태로 비칠 것이 뻔하다.

이같은 구조적 수급불균형은 대학졸업 인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의 왕성한 교육열에 힘입어 우리나라 전체 인구중 대학생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자연계 학사학위 이상 취득자 비율은 인구 1만명당 17.4명(90년)꼴로 미국의 15명(87년),일본의 12.8명(89년)을 각각 웃돌고 있다.

반면 지난 90년 국내 자연계 대학졸업생이 순수제조업에 취업한 비율은 10명중 2.2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이공계 대졸자의 40% 이상이 제조업으로 진출해 크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과기처는 이공계 대학정원을 대폭 확충하지 않을 경우 오는 96년 학사급은 1만명,석사 9천명,박사 4천여명이 각각 부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학 인력수급은 사람만 마구 배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다 대졸이상 고학력 인력이 하루아침에 양성될 수도 없으므로 이런 「양으로 때우기」식 발상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않다.

정부 일각에선 국내 기술인력이 충분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채 쏟아져 나오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80년 전격 도입된 졸업정원제를 들고있다.

당시 문교당국은 정상적 교육에 꼭 필요한 교수요원 확보,실험실습 기자재 등 각종 대학시설 기준을 대폭 낮춰 정원늘리기에만 급급했었다. 그후 한두차례 기준이 강화됐는데도 현재 수준이 오히려 70년대보다 못한 형편이라는 지적이다. 실험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졸업한 학생이 기업이 요구하는 실력을 갖추도록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일 것이다.

정부는 7차 5개년계획을 통해 매년 4천명씩 이공계 대학정원을 늘릴 방침이지만 여전히 「선증원 후시설보완」 형식을 벗어나지 못해 우수한 인력배출을 뒷받침할지 미지수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 대기업들도 직접 대학에 투자할 시기가 됐다』고 촉구한다. 미국의 IBM사가 매년 수백만달러씩 주요 사립대학에 시설투자를 해 대학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배경을 음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포철이 10여년 투자끝에 포항공대를 국내 유수 명문대학으로 육성해 고급기술인력을 전담 공급받는 체계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이 정치판에 뛰어들고 수천억원씩을 날리고 정경숙 설립 운운하는 등 엉뚱한 포부를 키우면서 정작 기술인력 양성의 토대인 대학에 대한 지원은 한푼을 아까워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기술자립은 영영 말장난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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