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탈냉전질서 적응 필수적”/한국,러시아·중과 수교이뤄 일단 성공1993년은 완전히 새로운 국제환경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구시대 미소 두 초강대국의 관계가 완전 변모됐고 동서유럽의 관계역시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련의 붕괴는 이지역에서의 상호관계를 근본적으로 수정시켰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아시아 국가간의 정치,경제적 역학관계의 재정립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냉전시대의 유산이 아직도 아시아에는 부분적이나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서방의 상황과 무척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상황은 이를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과 구소련의 관계는 완전히 변화됐다. 92년의 전략무기 협정이 지켜진다면 2003년에 두나라는 91년 보유량의 3분의 1수준인 3천∼3백5백개의 핵탄두만을 각각 가지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분명히 구소련의 계승자이지만 초강대국의 면모를 승계하지는 못했다.
이제 세계에는 미국이라는 단하나의 슈퍼파워만이 존재하고 있다. 91년 걸프전과 92년 소말리아 사태에서 국제사회는 이를 분명히 보았다. 미국의 승리는 국제사회가 현재 부여하고 있는 가치의 승리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반면에 이같이 압도적인 군사적 초강대국의 존재가 언제나 국제사회의 균형과 양립할지는 분명치 않다.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데탕트는 유럽의 데탕트를 불러왔다. 재래식무기의 감축은 보편화되고 있다. 나토와 구바르샤바조약 회원국들은 유럽안보 협력회의(CSCE) 등 안보문제와 협력의 공통된 틀안에서 결속하고 있다. 지금 보스니아에서는 헝가리의 미그기가 미국과 프랑스의 조기경보기를 지원하고 있다. 완전한 상황의 변화인 것이다.
○새로운 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고 중대한 위기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은 전혀 안정되어 있지않다. 러시아연방은 결속을 위협받고 있으며 위기가 표면화 할 경우 공산보수 강경파나 군부의 복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유고내란이 극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고 불행하게도 발칸반도 전체가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유럽통합이 길을 잃고있다. 서구인들은 통합이라는 이름아래 그들을 속박하는 브뤼셀의 관료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통합 유럽건설에 대한 거부적인 징표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유럽단일 시장은 93년1월1일 출범에도 불구하고 일부분야에서 지체되거나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대한 전회원국의 비준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서국국가들은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났지만 통합에의해 그들의 독립성과 주권이 희생되는 것을 원치 않고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제한된 데탕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도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밀어닥쳤다. 그러나 냉전은 아직은 주목할만한 몇가지 유산을 이 지역에 남겨 놓았다.
소련의 와해는 이 지역의 긴장을 해소했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면서 특히 중국과 완전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중국은 부분적이나마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했고 평화협상이 캄보디아 분쟁의 돌파구를 열었으며 러시아는 베트남지역 주둔 군사력을 철수했다. 특히 미국은 7함대와 필리핀,한국,일본 등 거의 모든 아태 지역에서 군사력을 완화시켰다.
그러나 냉전시대의 잔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남북한의 대립과 중국,대만의 적대감,인도차이나 반도의 긴장 등이 그것이다. 중국은 개방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의 공산당 제14차 전국 대표대회에서 관찰됐듯 구세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북한과 베트남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경제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은 92년 이 지역에서 12%라는 가장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한국과 대만,싱가포르,홍콩 등 아시아의 네마리 용은 이에비해 5∼8%라는 비교적 낮은 성장에 그쳤다. 특히 2.5%의 저성장을 보인 일본의 불황은 경제위기라고 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의 성공
전세계적인 변화의 와중에서 한국은 새로운 상황을 이용하거나 이에 적응하는 방법을 잘 깨달은 것 같다. 한국은 이데올로기의 붕괴로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관계를 새롭게 잘 엮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는 소련에 이은 중국과의 수교가 말해준다. 한국은 또 북한으로부터 불가침 및 비핵화 협정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북한이 이를 준수한다면 남북한은 평화통일을 기다리며 평화공존적 상태를 지켜 나갈 것이다.
한국은 또 지난해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민주주의와 안정을 양립시켰다. 이는 한국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무역전쟁 속에서,또 경제적 위기를 여전히 극복하고 있지 못한 서방세계의 환경에서 그동안 이룩한 발전을 계속 추구해 내가는데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다.<불 소르본대 교수·국제정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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