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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과제와 선택/폴 새뮤엘슨(해외석학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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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과제와 선택/폴 새뮤엘슨(해외석학 특별기고)

입력
1993.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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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기 회복세… 한국에도 긍정적”/「클린턴계획」 실패땐 보호무역 파급 위험유럽공동체(EC)의 마스트리히트(유럽연합)조약이 비틀거리고 있다. 영국·이탈리아·스페인은 독일 마르크화와의 교환비율을 규정한 유럽환율체계(ERM)에 복귀할 가능성이 없다. 스웨덴 등은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일본이 심각한 장기 불황에 빠져든다면 이는 한국에게 나쁜 소식이 될 것이다. 그럴 경우 한국은 미국시장에 목을 맬 수 밖에 없고 시장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진다. 현 시점에서 자유무역의 앞날은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 프랑스정부는 자국 농민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과의 무역타협안에 대한 거부권행사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EC가 참여하지 않는 우루과이라운드(UR)는 위태로워진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도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의회가 이를 비준하지 않으면 태동할 수 없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당선자는 믿을 수 있는 자유무역의 옹호자가 아니다. 그의 경제자문회의 의장 로라 타이슨은 자국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소위 「조정통상정책」을 선호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태평양지역과 EC진영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유럽 일본 홍콩 등이 제각기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한국은 클린턴의 재임기간에 나름대로 기대와 희망을 품고 미국의 동향을 주시할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지난 32년 대공황기에 당선되었지만 「심각한 문제」와 「위대한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그의 뉴딜정책은 위대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미국을 침체국면에서 구출하면서 유럽을 도왔고 결국 세계를 대공황에서 건져냈다. 80년 레이건 대통령은 금세기 두번째로 중요한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는 시대적 요청인 보수화 흐름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레이건·부시의 반혁명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클린턴은 운이 따른다면 금세기 남은기간에 세계경제를 회복기로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미국을 이끌어 나갈 수도 있다. 서울의 한국인들도 샌프란시스코의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클린턴 새 행정부가 취할 이니셔티브의 내용과 장래에 결정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클린턴에게는 이미 행운이 따르고 있다. 그의 취임전부터 경기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일반소비자의 신뢰도 부시 대통령이 퇴진하게 됨에 따라 높아졌다. 클린턴이 민주당 주도인 의회와의 밀월관계를 이용,자신의 경제정책을 재빨리 실천에 옮길 때 그의 취임 첫해는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서 앞날을 한번 전망해보자. 우선 금세기의 남은 8년을 낙관적인 방향으로 생각해보자. 이렇게 볼때 미 경제회복과 이로인해 전세계적으로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상적으로는 미 연방 준비위원회가 통화안정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악화시키는 과도한 팽창예산을 막고 인플레에서 파생될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일반의 기대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미 경제회복세가 일단 3∼4%의 실질 경제성장으로 나타나면 클린턴은 국방비 삭감분을 의료,교육 및 직업 재훈련계획으로 돌릴 수 있고 부시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재정적자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저축을 근간으로 한 민간자본 형성을 부추길 것이다.

또한 지출초과의 만성적인 적자와 달러화 약세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미국 기업들은 현재 태평양국가들과 EC측의 거센 도전으로 노동인력을 줄이고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미국인들의 높은 실질임금을 보장하고 이를 더욱 높여나가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한층 자본집약적 인상품 생산을 그 처방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 경험에 비춰볼때 낙관할 수만은 없다. 즉 최근의 미 경제 강세징후는 거품일 수도 있다.

클린턴은 선거운동중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 이상을 유권자들에게 공약했다. 이에 따라 3천8백만 미국인들은 의료보험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새 대통령은 보험회사들과의 흥정을 통해서도 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의료수가 인하작업은 잘하면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중산층에 대한 증세는 불가피하다. 정쟁이 클린턴의 인기를 단숨에 끝장낼 수 있다.

미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과소비와 저축기피현상이 새 대통령에 의해 더욱 악화될지 모른다. 인플레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경기과열과 업계의 과욕으로 2∼3년후엔 악몽으로 변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새 대통령은 임기말이 수확기가 될 수 있도록 취임 첫해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 권고를 무시했고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클린턴의 낙관적인 전망이 카터식의 또다른 실망으로 바뀐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비단 클린턴 개인과 민주당의 장래에 관한 걱정만이 아니다. 미국 보통사람들의 삶에 비극적인 요인이 되고 북미시장에 진출한 외국인들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클린턴의 경제회복계획이 실패할 경우 전염성이 있는 보호무역주의가 발병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선기기간 유권자들에게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 제공을 공약했다. 그는 무턱대고 자유무역을 신봉할 것이라고 약속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낙관과 비관,모든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가장 큰문제는 「막연한 가능성」이라기 보다 「확실한 가능성」이라는 점이다. 제반상황을 고래해볼때 개인적으로 낙관에 가깝다. 미국의 문제는 동서유럽보다 깊지 않으며 태평양의 일부지역보다도 심각하지 않다.

한국은 어느정도 희망을 가지고 90년대의 미국의 경제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미 mit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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