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학업방향」제시 수시로 체크만/졸업 시험성적 공개…자기앞길 결정케/예절·생활교육도 중시…신입생때 기숙사입사 의무화【런던=원인성특파원】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은 영국뿐 아니라 세계 명문대학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같은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8백년이라는 장구한 세월동안 쌓아올린 전통과 역사속에서 독특한 교육과정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기 때문에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안에는 현재 36개의 칼리지가 있다.
우리개념으로는 종합대학내의 단과대지만 영국의 경우는 다르다. 각 칼리지는 독자적으로 학과를 개설하고 학사운영을 관장한다. 따라서 정치학과 경제학과 등 대부분의 학과가 특정 칼리지에만 개설돼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대학에 있다.
작은 종합대학격인 칼리지는 소수정예의 인재양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세인트 앤 칼리지의 경우에도 학부생이 4백56명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이에따라 옥스퍼드라는 대학의 큰 테두리보다 각자가 소속된 칼리지를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동문회도 칼리지별로 운영되며 수준이 달라 한 칼리지에 불합격되면 다른 칼리지에 진학,옥스퍼드생이 될수 있다.
재정이 넉넉한 칼리지가 취약한 칼리지를 지원하고 협정을 맺은 칼리지간에 강의와 지도교수를 교환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모든 학사행정은 칼리지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복지시설 잘갖춰
옥스퍼드의 전체학생은 학부과정 1만여명,대학원과정 4천여명 등 1만4천여명이며 6천여명의 교직원이 있다.
이중 교수라고 부를 수 있는 강의 연구진이 3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따라 인구 13만명정도의 조그만 옥스퍼드시는 대학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사는 대학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옥스퍼드가 내세우는 교육 이념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대학은 학생들의 제2의 가정」이라는 것이다.
대학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이 함께 연구하고 생활하며 지식뿐아니라 인격을 형성하는 장이라는 개념인 것이다. 이같은 정신을 「튜토리얼 시스템」으로 불리는 개인지도 제도가 구현하고 있다.
물론 개인지도제는 영국대학의 기본정신으로 옥스퍼드 뿐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다.
지도교수 1명당 담당학생수가 많아야 20명을 넘지 않는다.
영국대학에는 학점이 없다.
옥수퍼드의 경우 3년동안 지도교수와 상의해 교육과정에따라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방향을 정해 필요과목을 이수하면 된다.
시험을 통해 학점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목록에 의해 혼자 공부하고 지도교수에게 수시로 에세이를 제출한뒤 토론하고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마지막해에 졸업시험을 치르고 논문을 제출해 학위를 받는 식이다. 결국 교수의 강의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도교수의 도움을 받되 혼자 공부해가며 자신의 관심분야를 개척해나가는 형태이다.
「대학은 가정」이라는 정신에 따라 옥스퍼드는 생활교육을 중시한다. 신입생들은 1년동안 의무적으로 기숙사생활을 해야한다.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숙식하며 예절과 대인관계에 관한 교육 등을 한다.
2학년때부터는 학교밖에서 생활하지만 이경우에도 학교로부터 6㎞이내에 거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칼리지에는 교회와 식당,의료시설과 체육시설 등이 두루 갖춰져 있다. 대학생이라 하여 혼자 자기마음대로 생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생활지도 교수가 따로 있다. 이들은 학생들이 신청하면 언제라도 상담에 응해 학업이외의 인생문제나 생활 복지문제 등에서 후견인 노릇을 한다.
대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도서관시설은 완벽에 가깝다. 도서관은 각 학과별 도서관과 칼리지 도서관,대학 중앙도서관 등이 있다. 대부분의 도서관은 완전 개가식이어서 학생들이 필요한 책을 직접 찾아볼수 있다. 또 혼자 찾기 힘들경우에는 전문적인 사서들이 도와준다. 대부분의 도서관에는 미국의 조그만 대학에서 발행한 연구논문 집까지 모두 소장돼 있을 정도이다. 특히 도서관간의 네트웍시스템이 잘 갖춰져있어 한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찾다 없을 경우 컴퓨터를 두드리면 어느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지를 바로 알수 있다.
○기말시험 안치러
대학생활에서 기말시험 등이 거의 없는 게 옥스퍼스의 특징이다. 가장 중요한 시험은 1학년말에 실시하는 예비시험과 졸업 종합시험이다. 졸업시험 성적은 모두 공개된다. 시험결과 전체 성적과 과목별 성적들이 함께 공고되는데 시험성적은 대학원 진학은 물론 취업후 연봉을 결정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대학원과정도 우리와는 판이하다. 가장 큰 차이는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석사학위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2년간의 석과과정을 마친뒤 박사과정으로 전환하거나 직접 박사과정으로 들어가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직접 들어갈 경우 1년간의 기초과정을 거친 뒤 시험을 보거나 논문을 제출해 수학능력을 평가받는다.
대학원과정도 자율적인 연구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한국 유학생들은 미국이나 우리의 경우 강의를 들은뒤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가며 논문을 작성하지만 영국에서는 굳이 강의를 들을 필요도 없고 주제도 스스로 정해 혼자 연구해야 한다. 지도교수가 있어서 수시로 상의는 하지만 지도교수가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는다. 이따금 「공부가 어떻게 되어가느냐」고 묻는 정도이고 학생이 페이퍼를 써가면 이를 놓고 토론하는게 고작이다. 우리의 경우 강의를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러한 압박요인은 없다. 때문에 주입식 교욱에 익숙한 한국 유학생들의 경우 특히 초기에 애를 먹곤 한다.
○최근 재정난 압박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옥스퍼드도 대학재정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지원한다. 그외 학생들의 납부금과 재력있는 동문이나 기업의 기부금 등으로 학교를 운영한다. 대처 등장이후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대폭 줄여 최근들어 옥스퍼드도 재정압박을 심하게 받는 편이다. 이때문에 외국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방학중에 기업 등을 상대로 재정난 타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산학협동체제를 통해 기업이 의뢰하는 연구프로젝트 등도 주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학교운영은 주로 교수회의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진다. 각 칼리지의 학장은 교수회의에서 선출한다. 칼리지별로 구성된 학생회는 주로 학생복지 문제에 치중하는데 학생회 대표도 대학운영에 참여한다. 옥스퍼드대학의 총장은 교수가 아니더라도 졸업생중에서 명망있는 인물을 뽑는데 실제 학교행정에 관여하지 않는 명예총장의 성격을 띠고 있다. 대신 교수중에서 선출되는 부총장이 사실상 학교운영의 실무를 책임지는 사실상의 총장역할을 한다. 총장은 약 8만여명에 이르는 옥스퍼드 석·박사 학위소지자들의 모임에서 선출한다.
◎영국대학 선발·운영 특징/3과목 시험면점통해 입학판정/학생들 학비 정부서 대부분 지원
영국의 대학은 미국식제도를 주로 도입한 우리입장에서 보면 특이한 점이 많다. 독특한 대학진학 방식,학점이 필요없는 교수방법,대학재정을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점 등이 가장 눈에 뜨이는 차이점이다.
영국의 의무교육은 만 5세부터 시작하는 국민학교 6년과 중등학교 5년 등 11년이다. 바로 사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의무교육만 마치고 16세에 학교를 떠난다. 대학 진학을 원하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성적을 높이고자 하는 학생들은 6학년에 진급한다. 영국 교육의 독특한 부분인 「6학년제도」는 2년 과정으로 대학입학 학력고사에 해당하는 A레벨 시험을 준비하는 코스. 그러나 A레벨시험이 전공에 관한 시험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대학에서 전공할 분야에 대한 기초지식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6학년 과정은 우리로치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교 3학년과 전공기초 지식을 갖추는 대학 1학년 과정이 합쳐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6학년 과정의 1년이 끝날때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신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지망은 5개 대학까지 할 수 있는데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중에는 반드시 한곳만 택해야 한다. 각 개별대학 또는 대학중앙 입학사정 위원회는 모의고사성적 등을 토대로 전형한뒤 학생들에게 면접에 응하도록 하거나 입학거부 통보를 한다. 대학은 면접을 거쳐 수학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에게 가입학통보를 한다.
최종적으로 입학이 결정되기 위해서는 이듬에 6월에 실시하는 A레벨 시험에서 각 대학이 요구하는 성적을 받아야 한다. 가입학통보를 받았더라도 시험결과가 나쁘면 입학을 할 수 없다. A레벨 시험이 우리의 학력고사와 다른점은 각자가 택할 전공에 따라 시험과목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개 세과목의 시험을 치르는데 전공과 관련된 내용이다.
영국의 대학은 대부분 3년제이다. 물론 의과대는 5∼6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영국의 대학은 사립인 버밍엄대학 1곳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립인 셈이다. 대학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상당부분 정부에서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대학별로 납부금 기부금 등을 받아 재정을 꾸려간다. 외국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학비를 부담해야 하나 영국 학생들에게는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지방교육청이 학비를 대부분 지원해준다. 과거에는 교육청에서 생활보조비도 지원했으나 대처정부이래 생활비는 자비로 부담토록 하고 대신 융자제도를 도입해 필요한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빌려준뒤 졸업후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에는 최근까지 46개 대학과 30여개 전문대학이 있었으나 대학교육법이 개정돼 92년6월부터 전문대학도 대학으로 승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따라 28개의 전문대가 92년중 대학으로 개칭돼 대학수가 80개 가까이로 늘었다. 현재 영국의 대학진학률은 18%선인데 이를 2천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정부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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