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이 발표되고 있는 전기대 입시사정 결과는 보합이나 하락종목없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주식시세표를 연상케 한다.상위권 대학에 방이 붙는 날이면 『어떻게 문제를 냈길래 내신 1등급에 학력고사성적 3백점대의 학생들이 맥을 못추고 떨어지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신문사에 빗발친다.
입학시험은 우수한 수험생과 상대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낮은 수험생을 가려낼 수 있는 변별력을 상실하면 생명을 잃는다.
출제기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별개 문제로 치더라도 잘못된 출제에 의해 희생되는 수많은 예비인재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92학년도의 경우 『입시위주의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쉽게 출제했다』는 국립교육평가원측의 발표가 그런대로 설득력이 있었으나 2년간 되풀이되고 있는 고득점 사태는 출제에서부터 크게 잘못된 것이다. 마지막 학력고사인 이번 시험에는 수험생들이 재수를 기피,하향 안전지원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사실조차 예견치 못하고 「지난해 수준의 난이도 유지」라는 구두선만을 되풀이하다 사상 초유의 입시파란을 자초하고 말았다.
교육평가원이 밝힌 출제 기본원칙대로 60%의 예상정답률을 유지하고 상·하위권 20%가 각각 못풀거나 쉽게 풀 수 있는 양극단의 문제를 배제했다면 성적분포는 당연히 고득점군과 하위집단이 대칭되는 다이아몬드꼴이 돼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역삼각꼴에 가까워 불안하기 짝이 없게 됐다. 고득점자의 무더기 탈락사태속에서 실력경쟁보다는 실수 유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과장되게 들리지 않는다.
일부대학에서 합격선과 합격자의 평균점수 등을 경쟁적으로 부풀려 발표한다는 여론도 있다.
교육부는 입시감사 등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 엄중 문책하고,전면 개편되는 94학년도 입시제도에는 문제가 없는지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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