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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당의 길,기업의 길(사설)

입력
1992.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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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북한후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첫 기자회견은 앞으로 자신의 거취와 국민당의 진로,현대그룹 문제 등과 관련하여 진작부터 국민의 관심을 모았었다. 그러나 첫 기자회견 내용은 대부분 평범한 것이었다는 느낌이다. 국민이 꼭 듣고 싶어하는 대목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을 피한 것이다. 명확했던 점은 『깨끗한 정치 대화합의 정치를 위해 여생을 보내겠다』고 정치를 계속할 뜻을 밝힌 것이다.정 대표는 이날 국민 관심사가 하나인 현대그룹과의 관계에 대해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즉 『현대와의 단절문제는 앞서 정세영회장이 언급한바 있어 재언할 필요가 없다』고 한뒤 『현대 직원들이 구국차원에서 우리당을 지원했으나 대선이 끝났기 때문에 본연의 자세인 경제발전에 복귀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정 회장의 발언은 지난 26일 그가 김영삼당선자를 방문,『현대의 국민당 지원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앞으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어서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정 대표가 회견에서 밝힌 뒷부분은 지금은 일단 복귀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여지가 있다.

차라리 앞으로는 어떠한 종류의 선거나 정치활동이든 일체 현대 임직원들은 동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국민의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켰더라면 좋았겠다는 느낌이다.

정 대표의 회견내용중 당발전기금 조성문제 역시 불투명하다. 기금문제는 멀리는 창당전에 자신은 직접 정치에 나서지 않고 자금을 지원하여 젊은 신인들을 육성하겠다고 밝혔고,가까이는 선거도중 민자당의 탈당 의원들의 입당,그리고 이종찬의원의 새한국당과의 통합선언 때도 2천여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것을 천명한바 있어 대선이 끝난 만큼 첫 회견에서 최소한 조성방법과 운영,그리고 사용방안의 윤곽만이라고 밝혀야 했는데,「앞으로 당기구에서의 협의」로 넘긴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아무튼 정 대표가 기금문제에 대해 명확한 천명을 미룬 것은 그 이유가 궁금하나 당의 체질 및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 특히 당운영을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기구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겠다. 창당이래 국민당은 소위 현대맨들이 대거 이입되어 실질적인 당살림을 맡아 재벌당­현대당으로 국민들에게 깊이 인식된데다 정 대표의 사실상 독주로 운영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오늘의 정당은 어느나라든 모든 국민계층을 대변하는 공당이 되어야 하고 그 운영은 민의를 바탕으로 당원들이 뽑은 대표들에 의해 민주적이고 공개적으로 운영되어야만 살아남고 또 발전할 수 있다. 한두 지도자의 뜻만으로 당을 이끌 때 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못할 뿐더러 활기를 잃어 결국 수명 또한 길지않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당은 대선을 통해 심판을 받고 많은 교훈을 얻은 만큼 모든 공약은 빠짐없이 지키고 새로 재창당하는 몸가짐으로 자기 쇄신을 해야 한다. 이것만이 국민당이 국민의 공당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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