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신당 돌풍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던 국민당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무참한 패배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같은 패배의 쓴잔을 마신 민주당에 비해 국민당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입은 심한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우선 제일 급한일이다. 앞으로의 진로나 체제의 설정,체질개선문제 등은 아직도 뒷전이다.국민당은 수사당국의 조사 독촉에 쫓기고있는 당직자와 현대그룹 관계자들의 사법처리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위해 황급한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다.
정주영대표가 김대중씨를 찾아가 민주당과의 공조를 타진하는가 하면 사무총장 등 다른 창구를 통해서도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당의 금권선거에 대한 옹호인식을 우려하고 공동보조에 난색을 표하자 국민당은 민자당에 대해 선거운동과정에서의 고소 고발사건의 취소취하 방칙을 철회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정세영 현대회장이 기업의 선거개빙을 뉘우치면서 선거사범에 대한 선처를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 등에게 하소연하고 다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민당과 현대가 이처럼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애초부터 국민들이 우려하던 「국민당이 곧 현대당이요 재벌당」이라는 도식이 선거에서 엄연한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민당보다는 현대기업 조직이 핵심이 되어 선거운동을 주도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국민당이 현대의 막대한 인력과 자금을 선거에 동원한것은 누가 보아도 잘못된 일이었다. 정치와 기업을 동시에 해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하고 말았던 것이다.
앞으로 국민당이 계속 공당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우선 이런 잘못부터 시정해야 한다. 국민당과 정 대표는 현대와 정 회장이 하는것처럼 기업의 대대적인 정치참여에 대해 다시는 절대로 그런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당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했던 현대임직원들이 기업으로 복귀한다는 방침이 결정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현대쪽의 얘기이다. 공당인 국민당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일이 없다. 국민당의 확실한 태도표명이 없는한 국민들은 갚은 사태의 재발에 대한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현대와의 관계청산이 국민당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체질개선도 중요하다. 국민당은 정씨 개인이 이끄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주변의 말을 잘 듣지않고 독주하기로 유명하다는 정씨가 개인기업을 운영하던 방식대로 정당을 끌어간다는 얘기이다.
이런 체질의 정당은 민주화시대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앞으로 체제정비 과정에서 모든 문제가 당내기구를 통해 공론화될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해야한다. 그리고 실제 운영면에서도 정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신경을 많이 써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참다운 민주공당의 이미지를 심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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