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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설마… 충격…” 어리둥절/황영조 은퇴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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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설마… 충격…” 어리둥절/황영조 은퇴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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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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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대 저버린 행동”/세계신기록 약속은 어디갔나/오륜2연패 부담털고 복귀를황영조가 25일 김포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선언한데 대해 체육계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황은 자신의 은퇴의사를 일본에 동행했던 정태수 감독에게 조차 비밀로 한채 기자들에게 갑자기 발표했는데 황의 이같은 처사에 대해 상당수 체육인들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황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면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황의 은퇴에 대한 체육계 반응은 다음과 같다.

▲조동표씨(황영조 지도육성회 위원장)=크게 실망했다. 황영조는 진퇴를 지금 현재로서는 본인이 함부로 정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최소한 육련회장,코오롱 그룹회장 등과 상의한 다음 처신을 정했어야 했다. 지나치게 젊어서 은퇴하겠다고 독단적으로 발표했을지 모르나 이제라도 자신을 절실히 지원했던 어른들과 다시 한번 상의해 주기를 충고한다.

▲이종택씨(대한체육회사무총장)=올림픽 2연패와 세계신기록에 도전하겠다고 약속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퇴를 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 물론 주위의 지나친 환대와 기대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선수로서 이 정도의 부담감은 극복해야 하며 은퇴선언은 그에게 많은 격려를 보내고 기대해온 국민들에 대한 배반이다. 너무 경솔히 은퇴결정을 내린것 같다.

▲김성집씨(태릉 선수촌장)=전혀 뜻밖이다. 며칠전 황영조 기념사업회 모임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도 향후 훈련계획 등이 논의되는 등 은퇴문제는 전혀 의외이다. 좀 더 알아봐야 겠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지나치게 많은 성원이 있어 선수 장래에 대해 걱정해온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들이 올림픽 영웅으로 기대를 하고 있고 자신도 96년 아틀랜타올림픽 에서 2연패의 의지를 표명했었는데 은퇴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서윤복씨(대한육상연맹 부회장)=너무 의외이고 사실이라면 아까운 일이다. 일본서 수술받고 돌아온 뒤 좋은 컨디션으로 훈련에 임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이제 마라톤 입문단계인 황의 연령을 고려할 때 계속 정진할 경우 세계최고기록 작성도 가능하리라 기대했다. 우선 만나봐야 자세한 사정을 알겠지만 올림픽 2연패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차분하게 다시 훈련을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싶은 마음이다.

▲정봉수감독=뜻밖의 얘기다. 나와는 전혀 상의한 바 없다. 아마도 올림픽 제패 이후 환경의 변화와 아틀랜타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큰 부담을 느껴 갑작스레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 물론 본인의 의사에 따라야 겠지만 아직 본인으로부터 확실한 장래계획을 들어본 적도 없고 하니 좀 더 시간을 갖고 직접 이 문제를 충분히 상의해 진로를 결정하도록 하겠다.

◎황영조 은퇴배경과 전망/“잇단 모임·행사에 정신적 고통 가중”/선수 「돈」으로 평가 풍토에 염증/육상계 “번복여지”기대 안버려

56년만에 올림픽 마라톤을 제패,온 국민에게 벅찬 감격을 안겨주었던 황영조의 돌발적인 은퇴선언은 황의 주위의 지나친 기대와 정신적인 압박을 견디지 못한데다가 선수를 돈으로 평가하려는 국내 스포츠의 그릇된 풍토에 경종을 울린 「일대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황은 『은퇴선언이 돌발적인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심사숙고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혀 이번 은퇴선언이 상당한 고민끝에 나온 것임을 보여줬다.

황이 은퇴선언을 하게 된 배경에는 올림픽 우승후 각종 환영행사나 모임 등에 불려 다니며 전혀 개인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등 정신적인 압박이 가중됐고 황 자신이 돈으로 평가된 데 대한 반발에서 나왔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황영조 지도육성위원회」나 「황영조 마라톤제패 기념사업회」 등 각종단체가 황의 후원자임을 자임하고 나서 황이 유무형의 중압감을 느꼈을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은퇴선언에도 불구하고 황의 은퇴여부는 아직 유동적 이라는게 육상인들의 지적이다.

은퇴선언이 정태수감독은 물론 주위 친지와 협의관계자와 전혀 상의 없이 이뤄진데다가 아직 선수생활을 그만 두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점에서 은퇴번복 선언을 할 여지도 남아있다.

또 은퇴배경중 하나로 밝힌 학업에 대한 열망도 선수생활과 병행할 수 있고 은퇴할 경우 병역특례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장애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황영조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운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게 체육계 중진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정연석기자>

◎황선수와의 일문일답/“꼼짝못하는 상황 벗고싶다”/“감독도 내심정 이해할것/현재 은퇴결심 확고하다”

◇황영조와의 일문일답

­일본에서 발바닥수술을 받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 올림픽후 일부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느니 「재벌이 되었다」느니 애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스포츠나 한 개인의 정신력을 돈과 연관짓는데 혐오감을 느낀다. 돈을 다 돌려주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원래의 모습은 무엇을 말하는가.

▲내 나이에 맞는 생활이다. 원래부터 9분대에 들어가면 공부를 해보고 싶었고 지난2월 벳부대회에서 이 목표를 달성한 뒤 은퇴하려 했었다.

그러나 매스컴에서 몇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서 큰일을 낼것이라는 식으로 여론을 몰고가 할 수없이 출전했던 것이다. 올림픽이 끝난후에는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주위에서 아틀랜타 올림픽도전쪽으로 유도해 심적으로 괴로웠다.

­올림픽 2연패가 아깝지 않은가.

▲지금 나이로 볼때 아틀랜타까지 충분히 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자친 주위의 기대가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고 있어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확고하다. 신문에 자꾸 거론되는 것도 이번으로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감독과 상의한 것인가.

▲상의하면 결론이 뻔하기 때문에 애기하지 않았지만 감독도 대충 내 심정을 알것이다.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내 마음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천천히 모색해 보겠다. 일단은 모든걸 버리고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돈도 필요없다.

­현재 한국관광대 문화재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데.

▲이학과에서 계속 공부를 할 것인지,다른학문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주위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지금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있지않은가.

▲물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생각은 분명히 은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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