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주식 강제양도 보상” 판결 의미/강압행위·소멸시효 쟁점서 탈피/국가개인 불평등 관계 구제 초점80년 언론 통폐합당시 강압적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국가의 언론사 주식인수가 「국가와 개인간의 불평등 관계에서 비롯된 강제수용」이라는 취지에서 국가의 손실 보상 책임을 인정한 서울 고법판결은 지금까지 제기된 언론 통폐합 및 강제 재산 헌납관련 소송에서 획기적인 내용이다.
이번 판결은 「국가의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 배상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는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가 개인재산을 수용할 때는 적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적용한 최초의 판결이다.
지금까지의 언론 통폐합소송은 『언론 통폐합 및 재산헌납 강요행위가 강압에 의한 불법이므로 피해자에게 민법상 손해 배상청구권이 있다』는 관점에서 제기됨으로써 강압에 의한 행위 여부와 손해배상 청구시효의 소멸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었다.
언론통폐합당시 강제로 주식을 빼앗겼던 지방 MBC사 주주들이 90년 11월에 낸 주식반환청구소송에서 1심법원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5공청문회가 열렸던 88년이후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한 이래 1,2심 재판부의 입장에 따라 강압여부인정 및 소멸시효 기산점을 두고 엇갈린 판결이 계속돼 왔다.
특히 강압에 의한 의사를 취소할 수 있었던 시점,즉 손해 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을 ▲80년 통폐합당시 ▲87년의 6·29선언 ▲88년2월의 6공 출범 ▲88년 12월의 언론 청문회중 어느 시점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재판부마다 견해가 달랐다.
이같은 견해차는 민법 766조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 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되다」 민법 166조 「소멸시효는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때로 부터 진행한다」는 규정의 해석과 원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었느냐는 민법상문제에서 탈피,「언론통폐합 당시 국가와 개인이 대등한 관계였느냐」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2부(재판장 권성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무제한의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에 대해 개인이 표시하는 동의가 지유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면 양자간의 불평등 관계에 비추어 진정한 동의로 볼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국가가 개인재산권을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주식의 강제이전은 위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지금까지 언론통폐합소송의 근거가 돼온 민법은 대등한 당사자사이에 적용되는 법률인데 국가가 그 공권력을 무제한 증폭해 사용하는 혁명적 상황에서는 지사가 아닌 평범한 개인이 도저히 국가와 동등한 입장일수 없으므로 대등한 당사자임을 필요조건으로 하는 민법차원이 아니라 헌법상 권리구제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가 법률의 근거없이 위법하게 행한 주식의 수용으로 말미암아 특별한 희생적 손상을 입은 원고는 구헌법 22조3항의 「공공목적에 의해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수용할때는 반드시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한다」는 조항에 따라 손실보상 청구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가 공공목적에 따라 개인의 의사와 달리 토지를 수용했을 때 보상해줄 의무가 있듯이 주식의 강제인수라는 수용유사적 재산권침해 행위에 대해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견해이다.
특히 재판부는 『원고의 손실보상청구권은 80년 12월의 주식인도시점부터 기산할때 예산회계법상 10년의 소멸 시효기간이 지났다』는 국가의 주장에 대해 『대등한 관계인 국가와 개인간에 적용되는 예산회계법을 불평등한 관계인 이번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재판부는 손실 보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해서도 『재판진행으로 손실보상청구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판결은 현재 국가의 민법상 불법행위를 지적,진행중인 어론 통폐합 및 재산 강제헌납 사건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원고들이 소송 청구 사항변경 등을 통해 국가에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공때 재산을 헌납 당한 사건의 손해배상청구권 및 소멸 시효 기산에 보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대법원이 앞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이태희기자>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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