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희생양 삼아 영·미 겨냥 다목적용/홍콩·대만문제등 강경한 자세 예고【홍콩=유동희특파원】 중국정부가 프랑스의 미라주기 대만 판매강행에 보복,광동성 광주의 프랑스 총영사관을 폐쇄키로 한 조치는 중국이 최근 10년래 서방국가에 대해 취한 외교제재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강은주 외교부부장은 지난 23일 북경주재 프랑스 대사를 불러 프랑스가 38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라주기 60대를 대만에 판매키로 한 것은 중국의 주권과 안전에 손상을 입히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고 프랑스의 광주 총영사관을 1개월내에 폐쇄하고 주재원 전원을 철수시키라고 통고했다.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활발한 광동성의 성도 광주에 설치된 영사관이 폐쇄됨으로써 프랑스가 입는 경제적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정부가 노린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광주 총영사관의 폐쇄명령과 함께 중국정부는 프랑스가 광주 지하철공사에 참여토록 한 조치를 철회하였으며 또한 대아만의 핵발전소 3기 공정에 프랑스와 합작하려던 방침도 철회를 검토중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대만에 미라주기 판매를 강행한 것은 프랑스가 겪고 있는 심각한 군수산업의 불황 때문이다. 정부가 46%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미라주기 제작사 닷소사는 86년이후 단 한대의 미라주기도 팔지 못해 대만과의 계약이 없었더라면 미라주 생산라인을 철거하고 5천여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다. 총 1천5백기의 공대공 미사일이 장착될 최신예 공격용 전투기 「미라주 20005」 60대를 「방어용」이라고 강변하며 중국측의 양해를 끈질기게 구했던 배경에는 프랑스의 이러한 속사정이 있었다. 중국측은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보복조치를 통해 프랑스정부가 대만시장과 중국시장을 저울질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광동성에서의 경제적 이익을 조금이나마 지키려면 프랑스는 일단 중국의 이번 조치를 감수하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프랑스가 광주와 상해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었던 반면 중국은 마르세유 한곳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상호주의 원칙에서 본다면 프랑스는 그동안 특혜를 누려왔다고 볼 수 있다.
중국측의 이번 조치는 프랑스만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직접적으로는 대만에 대해 무기판매를 고려중인 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경고이며 더 나아가서는 홍콩문제로 심각한 불화를 빚고 있는 영국,나아가 클린턴 행정부의 미국 등을 염두에 둔 다목적 카드로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실시된 대만 총선에서 민진당의 약진으로 대만 독립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등장하는 시점에 미국과는 달리 변변한 보복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프랑스를 외교적 희생양으로 삼아 대만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외교적 강수는 대만과 홍콩을 둘러싸고 서방측과 빚고 있는 마찰이 중국과 분열을 노리는 『서방의 음모』 때문으로 보고 대만,홍콩문제와 관련해서는 93년에도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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