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정부”따라 당역할 축소/정치문제보다 정책협의 비중문민시대를 연 「김영삼정부」 아래에서 당정관계는 어떤 모습으로 정착될까.
민자당은 김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지난 9월 노태우대통령의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으로 중단됐던 당정협의를 비공식적으로 재개했으나 이는 과도기의 잠정적 관계로 보는게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국정 전반에 걸친 개혁을 내건 김 당선자의 취임은 우리 정치관행에 32년동안 드리워진 군사문화적 잔재에 대해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어서 당정관계도 종전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역대 대통령당선자 가운데 정당정치와 의회 정치에 대해 가장 많은 경륜을 갖고 있는 김 당선자의 구상이 진정한 의미의 당정관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자당내에서 먼저 높아지고 있다.
김 당선자 측근이나 당중진들은 「김영삼정부」가 갖는 정치적 특징으로 철저한 대통령중심제의 실천을 꼽고 있다. 평소 「강력한 지도력」과 「강력한 정부」를 주창해온 김 당선자로서는 본래적 의미의 대통령중심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치스타일을 취할 것이고 이에 따라 당정관계도 새롭게 자리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때문에 「김영삼정부」 아래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에 비해 당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면서 일정거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당정관계의 기본구도가 짜여질 것이라는게 대체적 전망이다.
당내 인사들은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서 새 정부의 임기동안 국정운영의 중심이 「정치」보다는 「정책」에 주어질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김 당선자가 42%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둠으로써 헌정사상 유례없이 정통성 시비를 종식시켰고 이에 따라 집권기간에 「정치문제」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 됐다.
다시 말하면 대야당 문제를 포함한 정권의 외부 장애요인을 「평정」했기 때문에 더이상 야당과 정치적 쟁투를 할 필요가 없어지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당의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더구나 개혁정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김영삼체제」서는 당연히 정책의 입안자이며 집행자이기도 한 행정부가 정당에 비해 우위에 설 수 밖에 없고 당도 정책적 측면에서만 정부와의 관계가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종전까지의 당정관계는 군사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상당부분 왜곡돼 현재까지 그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비정상적 절차를 밟아 군출신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서 정권의 정통성 시비가 지속돼왔고 이에 따라 끊임없이 제기되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부터 집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파제」로서 여당이 필요했던 측면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정치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면서 뒤늦게 정당을 만드는 정치행태가 계속됨으로 인해 정당이 정책창출의 기능보다는 통치를 보좌하는 정권의 「수족」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김 당선자의 경우는 명실상부한 권력의 정통성을 획득했기 때문에 여당의 위상이나 당정관계도 정상상태로 환원될 것이고 오히려 비대한 여당은 「김영삼정부」에 장애요인으로 등장할 소지마저 있다.
이와관련 김 당선자의 한 측근은 『권위주의 시대에는 집권자를 보호하는 외곽세력으로 정당이 필요했지만 정통성이 있는 집권자는 그 자신이 권위이며 국민의 지지』라고 전제,『문민정치시대에는 여당이 강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김 당선자가 정당정치를 신봉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뜻이지 정당을 우위로 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오히려,「김영삼시대」에는 정당의 역할이 축소될수록 바람직하다』며 새로운 당정관계의 형태를 전망했다.
그러나 「김영삼정부」가 각종 개혁조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입법의 필요성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민자당은 국회내에서 김 당선자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하는데 첫번째 존재의미를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야당이 이번 대선으로 인해 현저히 약세로 돌아섰지만 입법과정에서 적지않은 반발을 보일 수 있는 「산술적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떠한 형태이든 이에 대비한 당정협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당의 체질이 당내 민주주의와 자율이라는 김 당선자의 원칙아래 점진적으로 바뀌어감에 따라 당정관계도 종전의 상설적 제도적 관계에서 탈피,외형적으로는 밀도가 떨어지지만 보다 유기적 관계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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