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제도/은행대출 “하늘의 별따기”/육성시책 오히려 “목죄고 못살게”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소기업인들이 남긴 유서는 한결같이 정부 당국의 잘못된 중소기업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정부가 입으로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종 지원제도와 장치들이 중소기업을 옥죄고 못살게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은 이 말에 공감하고 있다. 창업에서부터 공장건설·기술개발·업종전환 등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각종 시책과 제도들이 오히려 기업활동에 장애가 되고 방해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정책 자체만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좋은 제도를 갖추고 있는데도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경영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은 제도의 운용에 맹점과 허점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과정에서 취지와 의도가 왜곡되고 각종 몹쓸 관행들이 끼어들면서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중소기업을 못살게 굴고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정책으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정책 본래의 취지가 가장 왜곡되고 있는데가 금융부문이다. 정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고 기술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구조 조정기금을 비롯,각종 정책자금을 확충하고 은행에 대해서는 일정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대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담보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은행대출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자금의 경우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추천을 받아도 은행에 가면 담보나 보증을 요구하기 일쑤다.
다행히 대출을 받게 되더라도 10∼20%의 꺾기를 피할 수 없다. 신청해서 돈을 손에 쥐기까지 소요되는 시일이 대개 5∼6개월에 달해 긴급 자금으로서의 효능도 상실하고 있다.
정부도 담보대출의 폐해를 알고 수없이 신용대출을 확대해줄 것을 금융기관에 요청하고 있지만 이같은 금융관행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까다롭기 이를데 없는 각종 인·허가 절차와 규제조항들도 기업의욕을 빼앗아가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꾸준히 중소기업관련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중소기업을 하나 세우려면 몇번이나 중도포기 유혹을 넘겨야 한다. 실례로 중소기업을 창업해 공장을 건립할 경우 적용되는 법률은 최대 27개에 달하며 거쳐야 하는 절차는 60여가지에 이른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기관은 2백곳에 달하고 갖춰야 할 서류는 3백12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부는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인·허가권을 시·군·구에 위임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중소기업 창업 민원실을 설치,운용하고 있지만 담당 공무원이 전문지식이 없는데다 상담도 형식적이어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서류를 내면 저절로 처리돼 결과를 통보해주는 「원 스톱 서비스」를 하겠다는 상공부의 정책은 일선기관에서는 형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밖에 업체 평균 한해 4천4백80만원에 달하는 준조세도 중소기업을 못살게 하고 있으며 선진국 뺨치는 과도한 환경기준과 부도를 내면 무조건 구속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부정수표 단속법도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제도들 가운데 하나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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