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교체기에는 정책의 일관성이나 계속성이 단절되기 쉽다. 이념이나 정책접근 방식구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면 당연히 정책도 그것에 맞춰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면,바꿔말해서 정책기조에 본질적인 이견이 있지 않다면 정책의 일관성을 가능한 지켜주는 것이 경제의 안정이나 능률에도 바람직할 것이다.내년도 경제는 노태우대통령의 현 정부가 입안,확정한 운용계획을 갖고 차기 집권자인 김영삼 대통령당선자의 행정부가 집행하게 된다. 물론 김영삼 행정부는 2월25일 정식 발족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운용계획에 수정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계획은 일단 세워놓으면 변경이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처음부터 경제운용계획 작성에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능률적이다.
최각규 경제팀은 이 때문에 지난 22일 민자당의 경제팀과 협의를 가졌다. 이 협의에서 정부·민자당 양측은 정부의 안정기조를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중소기업 지원과 설비투자 증대를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부도가 급증하고 일부 중소기업인의 충격적인 자살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어 중소기업 지원에 어느 때보다 역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대출재원이 거의 바닥이 난 신용보증기금의 대출활동을 계속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출연을 늘렸고 기술개발,설비자동화,사업조정 등 중소기업 조정자금을 대폭 증액했다. 정부는 또한 중소기업 조정자금의 대출을 내년 7월부터는 중소기업은행이 아닌 중소기업 진흥공단에서 직접 관장하도록 했다.
한편 설비투자촉진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지난 하반기부터 외화대출 한도의 확대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으나 계속 부진함에 따라 내년에는 외화대출 대상업체의 제한을 철폐했다.
92년도 외화대부 가용자금 10억달러 가운데서 미사용 잔액과 내년도 상반기 책정분 30억달러를 조기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도산증가와 설비투자 부진은 경기후퇴에 크게 영향받고 있는 것인데 중소기업의 경우는 은행측의 담보대출 관행 때문에 담보가 취약하고 사업의 위험성이 높은 그들로서는 계속 자금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설비투자는 재벌그룹들을 비롯한 기업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것이나,대통령선거가 기업의 투자유보에 적지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공금리의 인하여부였는데 민자당 관계자들도 공금리의 인위적인 인하를 무리하게 주장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정부·민자당 양측은 「신경제」의 주요 특징의 하나인 정부규제·규정의 대폭적인 철폐에 대해서 견해를 같이했다.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에 정부,민자당 사이에 큰 이견이 없었다는 것은 경제안정과 원만한 정책이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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