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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과소비」 이래도 되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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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과소비」 이래도 되나(사설)

입력
199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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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연휴를 맞아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관광·휴양 명소의 호텔 등 숙박시설 예약과 항공권이 이미 바닥났다고 한다. 어디 그 뿐인가. 홍콩·방콕·싱가포르·괌·하와이 등으로 가는 국제항공권도 두달전에 벌써 예약이 끝났다는 것이다.도대체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연휴만 되면 국내관광·휴양명소에서 삶을 즐겨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겨울철에는 상하의 나라로,여름철에는 알래스카와 같은 빙설의 땅까지 찾아다니면서 흥청망청 돈을 뿌려대는 과소비 풍조에 젖어들게 된 것일까.

그것이 돈많은 일부 부유층에 한정된 것이라면 우리의 관심사밖일 수도 있다. 돈많은 사람들이,그리고 그들이 소유한 돈이 정당하게 번 것이라면 전세비행기를 타든,호화별장을 갖든 우리가 걱정할 일도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에서도 극히 일부 부유층에나 있을까 말까한 호화판 소비풍조가 자제의 기민는 커녕 해가 갈수록 보통사람들에게까지 일반화하는 추세로 줄달음치고 있다는데 우리는 걱정을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과소비풍조의 근원을 찾자면 국력을 총동원하다시피해서 치른 「88올림픽」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88올림픽」은 처음부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 세계무대로의 화려한 진출이라는 전략적 의미가 전제됐기 때문에 다소 분수에 넘치는 무리를 할만도 했다는데는 크게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88올림픽」을 준비하고 치러내는 과정에서 과소비가 체질화하게 됐다는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 사회는 세계 최대의 국제회의,세계 최대의 인심좋은 과소비 대회들을 겁없이 유치함으로써 「과소비 챔피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또한 통치권이 이를 부추김으로 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가 하루아침에 선진부국이 된 것처럼 착각을 하게 했다. 결국 GNP 6천달러의 우리 사회는 2만달러 수준의 나라들보다 더욱 흥청대는 과소비 풍조를 일반화시켜 놓고 말았고,통치차원에서 이를 깨달아 과소비를 잡겠다고 나섰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고삐를 잡는데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사회에 만연된 과소비는 「먹고 마시고 즐기자」는 퇴폐풍조까지 만연시켜,6공 5년간에 용에서 지렁이로 바뀌어갔음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이다. 그렇게 해서 과소비 풍조는 또 하나의 「한국병」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새로운 정부를 이끌 김영삼 대통령당선자는 과소비와 젊은이들의 3D 기피풍조부터 몰아내고 근면·근검·절약의 새 기풍을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이러한 국민정신 개혁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되살리는데 필수 불가결의 전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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