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금」 약속… 공당 모습갖추기 진력/현대와 단절·대선후유증 수습등 숙제국민당정주영대표가 대선패배 직후인 지난 19일 「칩거」에 들어간 이후 처음으로 23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이날 경주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주재하는 한편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구상한 당의 진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좌우명이 말해주듯이 지난 1년간 탱크처럼 밀어붙이기식의 정치활동을 펴온 정 대표는 대선 참패라는 정치인으로서의 첫 실패를 딛고 제2의 「정계진출」을 선언했다. 김동길 최고위원의 말처럼 그 자신 이번 대선참패를 「실패」가 아닌 또 하나의 「시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5년후를 바라보고 뛸 생각』이라며 『다음에는 이길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정치활동에 대한 강한 애착과 의욕이 표현인 셈이다. 물론 정 대표는 『다음에 다시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번 떨어지면 그만이지 뭐하려고 또 나가느냐』고 말해 「재수」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대표는 이날 당의 진로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아온 「당발전기금」 문제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함으로써 「공당화」를 위한 첫번째 구체방안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약속했으니 주식을 팔아 지키겠다』고 밝히고 『28일 조달방법과 용처를 조목조목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이같은 얘기는 동요하고 있는 당내 인사들을 안심시키고 동시에 국민당의 체질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의지표현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그러나 정치활동에 대한 굳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풀어야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대선패배에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는 문제와 장기적으로는 국민당의 위상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쉽지않은 숙제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우선 선거기간중 쌓인 김영삼당선자와의 감정적 앙금을 털어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선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치상황이 형성된 만큼 후보로서의 관계가 아니라 국정운영 동반자로서의 관계정립을 모색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이같은 단기적 과제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극도의 위축상태에 빠져있는 당을 어떻게 추스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
정 대표가 정치활동에 강한 의욕을 표시하고 당의 체질개선을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고해도 국민당이 안고 있는 잠재적 취약요소가 여전히 적지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대표가 감춰진 갈등요인과 취약점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지 여부가 국민당 재기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국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현대와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단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현대에 상당부분을 의존했던 조직을 철저한 공조직 중심체제로 전환해야 앞으로의 단체장선거,총선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번 대선에서 9백만 당원이 「허수」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사조직 의존에서 탈피,공조직을 통한 꾸준한 지지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 대표가 해결해야할 또 하나의 중요과제는 지도체제 개편을 포함한 당운영 방식의 민주적인 변모. 대선 패배에도 불구,「정 대표 중심체제」가 당내 만장일치로 결의되긴 했지만 이것이 대선이전과 같은 「정 대표 단독체제」로 지속될 경우 앞으로도 계속 당내 불만과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정 대표는 내년초 당수뇌부 개편을 통해 실질적인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한국당측의 이종찬의원과 이자헌의원 등 「사전입당파」,그리고 김복동의원 및 기존 당직자간에 지도체제 문제에 이견이 있어 지도부 구성은 다소의 진통이 예상된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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