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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바란다/정종욱 서울대·국제정치학(긴급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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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바란다/정종욱 서울대·국제정치학(긴급제언)

입력
199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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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일/통상시대 맞춰 정부조직 조정/통일,시기보다 방식에 역점을새 대통령은 무엇보다 외교와 통일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해주기 바란다. 앞으로 5년간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외교와 통일분야에서 심오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통일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다. 반세기라는 긴 세월에 걸쳐 나라를 갈라놓은 분단의 장벽이 허물어져 내리고 민족이 유기적으로 재결합되는 엄청난 변혁의 시작이 임기중에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북한은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이쪽에서 청하지 않아도 저쪽에서 제발로 걸어와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다.

이렇게 보면 새 대통령이 통일분야에서 해야 할 과제는 자명해진다. 통일을 앞당기려는 노력보다 어떤 통일을 원하는가를 먼저 정하고 이를 위해 주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통일의 형태나 과정에 관해 보다 민주적 방법으로 국민적 합의를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의 과정에서 생길 수 밖에 없는 고통의 분담을 국민들에게 당당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은 더이상 밀실정치나 측근정치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안기부나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이 눈에 보이게 제한되어야 한다. 통일정책의 주무기관은 통일원이어야 하고 국민적 합의기반의 확충은 국회와 같은 대의기관이 맡아야 한다. 동원을 위해 만들어졌던 관변조직은 재정비해야 한다. 순수 민간단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흩어진 연구기능도 다시 모으고 낡은 법규정의 개폐에도 보다 과감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재촉함으로써 장벽의 붕괴를 촉진시키는게 아니라 장벽의 붕괴에 대비한 내부 정비작업을 철저히 해야 하고 북한의 변화가 이에 맞추어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것만이 진정한 통일을 준비하는 길이며 새 대통령이 약속한 「신한국」을 창조하는 길이다. 통일이 전제되지 않은 「신한국」은 새로울게 없기 때문이다.

외교분야에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대미 관계의 재구성 작업이다. 미국에도 새롭고 젊은 대통령이 등장했다. 클린턴은 온건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도덕적 가치관을 내세우면서도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도덕적 상업주의가 한미관계를 긴장시킬 것이다. 클린턴은 진보적이기 때문에 한·미·일 관계를 냉전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 속에 묶어 두려할 것이다. 이것이 요즘 논의되고 있는 아태지역의 포괄적 다자조직으로 발전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한미관계나 한일관계를 푸는 열쇠가 이제부터는 쌍무적인 성격보다 다자적이며 다원적 특징을 갖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냉전이후의 동북아에서 나타날 새로운 지역질서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북방외교와 남북외교를 접목시킴으로써 가능해진다. 기계적 접목이 아닌 창의적 접목만이 한국의 역할을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미·일 관계의 재구성이 바로 그런 창의적 접목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새 대통령이 직면할 외교분야에서의 도전은 경제통상외교 쪽에서 튀어나올 것이다. 농산물 시장개방문제가 가장 구체적인 경우이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우루과이협상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일이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세계경제의 구도가 바뀌는 판에 옛 생각에 빠져있어서는 5년뒤에는 국제적 고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적 고아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는 남방외교와 북방외교를 접목시켜 지역질서 창출을 주도하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 달성에 이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외교의 영역도 넓혀야 한다. 유럽외교에 대해서도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짐으로써 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전에 완성될 유럽통합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의 활동도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 적어도 임기안에 한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에 선출되는 기록은 남겨야 한다. 선출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국제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

정책결정의 제도적 측면에서는 정부조직을 경제통상외교가 최우선 순위가 될 수 있도록 재조정해야 한다. 다가오는 경제전쟁의 국제시대에 알맞도록 제도적 역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알맞는 전문인력의 양성과 활용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새 대통령은 외교 통일분야에서 냉전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열어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개척정신을 바탕으로 한 개혁정치가 외교 통일분야에서도 반드시 나타나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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