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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모임」 수사 형평시비/민주·국민당 주장… 정치 쟁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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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모임」 수사 형평시비/민주·국민당 주장… 정치 쟁점화

입력
199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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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잡다 장독 깬 사람 처벌하는 격”/민주 국민/“사생활 보호차원 철저조사 불가피”/민자지난 대선의 막판 최대 쟁점이었던 「부산지역 기관장 대책모임」이 이번에는 검찰의 수사로 인해 또다른 쟁점이 되고 있다.

민주·국민당은 22일 『검찰수사가 국민당과 현대측의 도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나섰고 민자당은 『국민의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도청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난하며 이의 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부산 모임」과 관련,검찰이 불법적인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국민당과 현대의 도청의 위법성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는 『선거에서 엄정중립을 지켜야할 공무원들이 특정지역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두더지처럼 회의를 가진 사실은 중립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린 처사』라며 『그럼에도 오히려 도청사실을 더 비중있게 문제삼는 검찰의 태도는 정권의 도덕적 정통성을 의심케 한다』고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민주당은 또 이 사건에 대한 수사태도를 차기 정권의 정국운영 스타일과 연계시키며 김영삼당선자에 대해서까지 공세를 취하려하고 있다.

당관계자들은 김 당선자가 기관장 대책모임의 불법성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은채 『도청사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검찰의 수사방향도 더욱 빗나가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는 도둑질한 자를 비호하고 도둑 잡으려다 장독 깬 사람을 처벌하는 격』이라면서 『우리 국민은 상식적인 법의식과 정의라고 일컬어지는 가치관의 몰락을 차기 정권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경험하고 있다』고 검찰의 수사태도를 비난했다.

민주당은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진상조사단 구성과 항의단 파견 그리고 국민당과의 국회차원 공동 대응책 등 다각적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민당은 이날 검찰이 이 사건을 「도청사건」으로 몰고가면서 정몽준의원의 1백억원 제공설까지 들고 나오자 『주객전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선이 끝났고 대화합 차원의 고소·고발사건 취하방침 천명으로 사실상 백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일이 일어나자 『죽은 사람 매질하는 격』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인 정 의원은 『내가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 얘기는 상식밖의 일』이라고 즉각 부인한뒤 『없는 얘기를 사실처럼 발표한 사람은 허위사실 유포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선거직후 정부기관이 정치적인 일에 얼마나 공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변정일대변인도 『관권탄압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자체 방어를 위해 부득이했다』고 해명하면서도 『검찰은 사실의 본질을 왜곡하는 「짜맞추기 수사」를 지양하고 진실에 입각해 공정한 수사를 해야할 것』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국민당은 그러나 현대와 국민당측의 고소·고발 사건처리를 의식,검찰의 강경수사에 대한 공세 수위조절과 대응책 마련에 내심 부심하고 있다.

국민당측은 일단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선에서 국민여론을 환기하는 한편 민주당과 공조해 진상조사를 위한 법사위 소집 등 국회차원의 대응책으로 정치적 공세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민주·국민당이 검찰의 「부산 모임」 수사를 『본말이 전도된 편향수사』라며 비난하고 나선 것에 대해 일단 표면적 대응은 삼가고 있다.

그러나 민주·국민 양당이 「정권의 도덕성」 운운해가며 「부산 모임」 수사를 대선후 첫 정치쟁점으로 몰고가려는데 대해 내심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자당은 이와관련,김영삼 대통령당선자 자신이 선거직후 회견서 밝힌대로 이번 사건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도청사건에 대해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차제에 재발방지를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같이 그릇된 풍조가 만연될 가능성이 있다』(박희태대변인)는 시각이 우선적으로 깔려있는게 사실이다. 때문에 검찰이 「부산 모임」의 성격과 이에 따른 사법처리여부 등 보다 「도청」부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즉 검찰이 도청부문만 따로 떼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으며 다만 모임내용은 사실상 그 전말이 공개된 상태인데 반해 도청부분은 경위를 좀더 알아봐야 할 사항이므로 후자쪽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계 공무원들의 대화내용이 빠짐없이 녹취·공개된 만큼 이에 따른 위법사실여부는 수사대상이라기 보다는 판단만 남은 셈이지만 도청사실은 누가 어떻게 왜 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여전히 필요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이재열·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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