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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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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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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가까워오면서 「망년회」가 한창이다. 동창회다,향우회다 갖가지 이름을 붙여 한해를 보내는 망년모임을 갖게 되고,술자리에 모였다 하면 대개 2,3차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게 마련이다. ◆원래 「망년회」란 일본에서 건너온 풍습이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망년」이란 나이차이를 잊는다는 뜻이다. 「망년지교」나 「망년교우」라는 말은 비록 나이차이는 있지만 학식과 덕망이 출중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사귄다는 말이다. 이처럼 노소동락한다는 뜻이 담긴 「망년」이란 말이 일본에서 엉뚱하게 근심을 잊는다는 「망우」의 뜻으로 변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송구영신의 뜻으로 「수세」라는 말을 썼다. 섣달 그믐날밤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 앉아 날을 밝히면서 지난 한해 아쉬운 점을 반성,새해를 설계했다. 동국세시기에 나오는 「수세」에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근신의 뜻과 함께 악귀를 몰아내고 길복의 신을 받아들이는 축원이 담겨있다. ◆지우개없는 인생인데,지난 한해가 망년회로써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저무는 한해를 보내면서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회개하는 「수세」의 계기로 삼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술마시며 떠들썩한 망년회의 북새통에서 썰렁한 「사랑의 자선냄비」를 떠올린다. 「세밑의 전령」인 자선냄비가 연말의 빼놓을 수 없는 풍정으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대선에 들떠서인지 온정이 쌓이는 것 같지 않다. ◆대선 북새통속에서 「표」가 있는 양로원에는 그나마 찾아오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고 한다. 「따뜻한 인정」과는 거리가 있는 발걸음들이다. 그러나 「표」가 없는 고아원에는 아예 찾아오는 사람들이 없었다고 한다. 세상 인심이 이렇게도 차갑고 각박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수세」의 정신에 따라 사랑의 공동체의식을 확인하는 이웃사랑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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