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시대 도태 옛 영화 회복 난망/올 손실액 47억불… 작년보다 60% 늘어【뉴욕=김수종특파원】 미국이 자랑하는 컴퓨터 제조회사인 IBM사가 급속히 침몰하고 있다.
IBM은 지난 15일 『세계경제의 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93년에 종업원 2만5천명을 감원하고 생산능력을 축소하겠다』고 발표,뉴욕의 월가에 충격을 던졌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IBM은 92년 추정 손실액이 47억5천만달러로 작년의 손실액 28억3천만달러 보다 60%나 많은 적자를 볼 전망이다. 이같은 손실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작년에 낸 적자 44억5천만달러 보다 많은 것으로 미국 기업사상 최대의 결손액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제조업의 퇴조를 우려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미국 최대기업인 GM사의 대규모 생산시설 축소와 대량해고에 이어 IBM이 비슷한 길을 가기 시작하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IBM은 작년 매출액이 6백47억9천만달러로 미국 10대 기업의 상위권을 계속 지키는 세계 컴퓨터회사이다.
IBM의 기록적 결손이 월가나 미국인들에게 충격적인 것은 컴퓨터산업의 선두주자였던 이 회사가 급속히 쇠잔하고 있을뿐 아니라 과거의 영광을 찾을지 매우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IBM의 표류원인은 첫째 IBM이 급속히 변하는 기술혁신시대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했고,둘째 공룡같이 불어난 회사관료조직이 효율적 경영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월가의 분석이다.
IBM이 덩치가 큰 메인프레임 컴퓨터생산에 주력하는 동안 조그만 신흥회사들이 작업처리 능력이 훨씬 막강한 개인용 컴퓨터(PC)로 컴퓨터시장 판도를 바꾸어 버렸다. IBM은 사실 PC분야의 개척자였으나 이 상품의 잠재력을 이용하지 못했다. 즉 PC가 양산체제로 돌입해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데도 IBM은 가격경쟁에 대응하는 재빠른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또 IBM을 기술혁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은 회사의 방대한 관료조직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존 에이커스 회장 등 경영진들이 몸을 사리는 조심성 때문에 대담한 결정이 필요한 하이테크산업에서 자생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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