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 반감·지역성 극복 한계/민주/현대 수사후 침체… 「금권멍에」 고전/국민▷민자 승인◁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권 진입은 1차적으로 후보 자신의 여러 특장에 의한 것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후보를 「상품」처럼 관리하며 유권자의 「구매가치」를 극대화한 과학적 선거기법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원내 다수당의 안정적 이미지와 김 후보의 개혁적 이미지를 순간순간 적절하게 접합시켜 상대 후보의 취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선거막판 부산 기관장 모임이 초래한 파문을 최소하며 국면전환을 시도한 김 후보의 특유의 돌파력이 범보수진영의 결집계기를 마련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 각 후보간의 정책 차별성이나 선거쟁점이 뚜렷치 못한 점을 일찍이 파악,홍보전에 선거운동의 초점을 맞추고 공사조직을 총동원해 각 계층,세대,지역에 고루 침투한 것도 승인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민자당은 무엇보다 김 후보의 상품가치가 뛰어났고 충분한 「개발 잠재력」을 갖고 있었기에 과학적 선거기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선 유권자들이 기본적으로 안정을 원하면서도 최근 경제불안·사회 무질서 등으로 인해 「이대로는 안된다」는 개혁요구를 동시에 갖는 「양면적」 정치성향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띠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안정속의 개혁」을 내세운게 첫째.
이같은 「두마리 토끼」를 겨냥하면서도 개발된 각론이 바로 6공 초기 여소야대의 혼란상황을 빗댄 「안정론」과 사회제분야 병폐척결을 강조한 「한국병 치유」 및 「신한국건설」.
이에 따라 민자당은 김 후보가 40년 야당생활을 통해 개혁의지가 몸에 밴 정치지도자이며 『소수당이 집권할 경우 나라전체가 정계개편의 이합집산 와중에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유권자들을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정확한 현실진단과 과감한 대안제시가 기존 여권성향 안정희구세력은 물론 비판성향의 중산층,그리고 개혁지향적 청년층에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자체 평가.
이와함께 김 후보의 개인의 순발력있는 상황대처방식과 돌파력이 중요한 승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비록 이번 선거가 과거와는 달리 커다란 쟁점없이 비교적 순항한 것은 사실이나 김 후보는 요소요소마다 선거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계속 고양시켜왔다.
최근 민자당 홍보물의 불법성 여부를 둘러싼 민주·국민당의 연합공세가 강화되자 적법 홍보물임을 주장하는 당실무진의 의견을 물리치고 이를 전량 자진 폐기토록 지시,일거에 파문을 해소시켰다.
여기에 선거막판 느닷없이 돌출한 「부산 기관장 대책모임」 사건에 대해서는 즉각 유감을 표시하고 당과는 전혀 무관한 사건임을 강조하는 한편 국민당측의 「공작정치」에 역공을 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기진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함께 민주당에 대해서는 「색깔론」,국민당에는 「금권선거」라는 국민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간명한 개념들을 사용,양당에 반복공세를 취함으로써 상당한 견제효과를 얻었다는 분석.
이로인해 민주당은 그간 비호남 출신 중산층 유권자들을 겨냥해 꾸준히 추진해왔던 「뉴DJ플랜」이 큰 상처를 입었고 국민당은 최대 무기인 「돈」을 사용할 기회를 사실상 원천 봉쇄 당했다는 결론이다. 아울러 가시적으로 나타나진 않지만 이번 승리의 원동력으로 민자당측이 내세우는 것이 「과학적」 여론조사.
당선대위 산하 홍보대책위원회·기획위원회와 외곽의 현대사회연구소 등 3곳에서 매일 실시하는 지지도 조사결과는 유세기간에 그날 그날의 공세의 수위,강조점 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로 활용돼왔음은 물론이다.
예컨대 정부의 현대 선거개입 수사가 한창 진행중일 때 김 후보가 매우 이례적으로 민주당에 대해 직접 「색깔론」을 거론하며 공세를 강화한 것은 정부수사 착수후 민자·국민 양당에 대한 양비론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여론조사결과를 의식했기 때문이었다는 후일담이다.
또한 지지도 조사외에도 국민의식조사 등 다양한 차원의 유권자 분석을 통해 김 후보의 이미지 전략과 정책공약개발에 그 결과를 반영해왔다.
특히 「아파트값 공급」 「농어가 부채탕감」 등 민주·국민당의 「야심작」이 민자당측의 신문광고 등을 통한 논리적인 문제제기로 인해 「허구성」이 드러난데 따른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게 민자당의 판단이다.
▷민주 패인◁
김대중 민주당 후보는 선거전 막판 김 민자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역전 가능성을 강력히 예고했으나 결국 투표직전의 역풍에 의해 당선권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민주당은 보고 있다.
김 후보의 패인으로 우선 거론할 수 있는 것은 기득권층을 핵심으로한 범보수세력의 등돌림이다. 민주당은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통해 계층별 이해와는 무관하게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는 가중산층이 의외로 광범위하다는 점에 주목해왔다.
김 후보에 덧씌워진 과격이미비를 벗고 온건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뉴DJ플랜도 따지고 보면 핵심 보수세력이 아니라 두터운 주변 보수층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뉴DJ플랜」은 이들의 반감을 제거하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했으나 지지를 끌어내고 표로 굳히는데까지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 당내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17일 하오에 실시된 두갈래의 자체 여론조사에서 각각 2.7%,3.7%를 이기고도 실제 개표에서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데 대해 17일밤 사이 전통적인 DJ 거부감이 촉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부산 기관장 대책모임」으로 일시적으로 YS 이탈표가 상당수 발생했으나 결과적으로 시간이 가면서 범보수세력의 위기의식을 자극,경계심리에 의한 DJ 이탈표가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같은 「경계심」은 민자당측이 제기한 「색깔론」에 의해서 증폭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전반적인 지역주의 배제 분위기에 눌려 잠복했던 지역감정이 범보수세력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결합한 측면도 있다고 당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요인들은 민주당의 전략적 오류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점에서 자탄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민주당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은 국민당의 부진이다. 국민당이 유효득표의 22%만 넘어서도 승리는 명약관화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기본 가정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가설은 깨졌고 자력으로 승리해야 하는 어려움을 극복해내지 못했다.
한편 당내에서는 이종찬의원의 영입작업이 당내 일각의 반발로 무산된 점을 패인의 하나로 꼽기도 한다. 이 의원의 영입은 예상과 달리 국민당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민주당에 입당했을 경우 적어도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립내각」의 형식에 마음을 뺏겨 6공에 대한 공격수단을 상실하고 특히 여론의 상당한 지지를 받았던 지자제 공세를 포기한 것도 패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 패인◁
국민당은 선거운동 초반에는 반양김 분위기 확산과 세보강 등으로 상승세를 탔으나 중반이후 「현대수사」가 시작되면서 금권시비에 휘말려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당은 「현대수사」에 대해 즉각 「탄압」 주장으로 맞섰으나 현대중공업 자금의 국민당 유입 등이 경찰에 의해 발표되고 선거종반 금품수수 사례가 집중적으로 단속됨에 따라 「금권」 이미지를 벗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당은 출생 때부터 안고있던 최대 약점을 극복치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당은 이같은 「암초」에 부딪치게된 결정적 원인으로 역시 민자당의 철저한 태클을 꼽고 있다. 김영삼후보와 지지기반이 대부분 겹쳤던 정주영후보에 대한 견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국민당은 또 선거직전 터졌던 「부산 기관장모임」 사건이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부산지역에서 김영삼후보 지지층의 결속력을 높여준 반면 국민당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발심리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수도권 및 중부권의 부동표 유입은 민주당으로 많이 넘어가 상대적으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민당은 이와함께 이자헌의원 등 신당 인사들과 이종찬 김복동의원 등 「중량급」 인사를 대거 영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빅이벤트」를 효과적으로 득표에 연결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체로 「단발성」에 그쳤다는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유성식·이재열기자>유성식·이재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